각종 첨단용품 쓸줄몰라 고장 잦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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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제품을 사용법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기초상식이다. 그러나 제품에 포함된 사용설명서의 내용이 불충분하고, 소비자 또한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는 경향으로 인해 불필요한 고장을 야기 시키거나 제품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한 예로 삼성전자 소비자상담실의 경우 아프터서비스를 요청하는 전화의 약52%가 소비자의 사용 미숙으로 인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소비자보호단체 및 기관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중에서도 이같은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YWCA의 경우 연평균 1만2천건의 소비자불만이 들어오고 있는데 사용 미숙은 약6%에 달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잘못 사용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는 것. 옷에 핀이나 클립 등이 들어있는 상태로 세탁기를 사용, 고장을 일으키는 것은 그 대표적 케이스.
뿐만 아니라 다기능 전화기처럼 소비자가 제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등 「난해한 사용설명서」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교육홍보부 정준 부장은 『읽어도 무슨 말인지 한참 생각해야 알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것들이 많아 중도에서 포기해버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또 사용설명서에 기재돼있는 용어자체가 잘 모르는 전문용어도 많다는 것.
예컨대 한 제초제의 경우「다수확 품종에서는 약해의 우려가 있으니 사용하지 말것」으로 돼있으나 다수확품종이 어떤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고, 자동차의 오일 필터는 반드시 순정부품으로 교체하도록 명시돼 있으나 「순정부품」(정품)이란 용어 자체가 영어를 직역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쉽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한편 소비자가 제아무리 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다해도 잘못 사용할 우려도 적지 않다. 바로 사용설명서 자체에 꼭 들어있어야 할 유의사항이 빠져있기 때문.
VTR화면이 선명하지 못해 건식용 헤드 클리닝 테이프를 사용해 헤드를 닦았으나 화면이 더욱 흐려져 한국소비자보호원에 고발해온 정혜숙씨(서울 마포구 용강동)는 그 대표적 경우. VTR헤드는 습식용 클리닝 테이프로만 닦아야한다는 주의사항이 빠져 있어 일어난 사고다.
비닐장판제품 가운데 습기에 약한 종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신축 보일러 파이프집에 사용했다가 하자가 생긴 경우도 같은 경우다.
소비자관계자들은 ▲제품설명서에 미흡하거나 누락된 부분이 없도록 충실히 작성할 것 ▲제품설명서를 쉬운 말로 자세히 풀어줄 것을 기업에 요청하는 한편 제품이 날로 고도화되고 사용자와 구매자가 다른 점을 감안, 기업자체에서 순회 또는 정규 사용설명회를 갖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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