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입시지옥」풍자 춤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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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오직 공부만 하라는 압력에 시달리다 비인간적인 입시교육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여중생의 이야기가 창작무용으로 꾸며져 화제를 모은다.
지난6일 하오 연세대 강당에서 충북 우리춤 연구회가 공연한 이 창작춤판의 부제는 「시험풀이」. 익살스런 무언극형태의 춤동작과 시낭송, 브레이크댄스·노래·사물놀이 등으로 「시험」이라는 굴레를 쓰고 인간성을 잃어가는 요즘 학생들의 모습을 풍자했다.
살을 에는 겨울추위에도 아랑곳없이 공연장을 꽉 메운 4천여명의 교사·학생·학부모들이 시종 다함께 박수치며 환호한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입시지옥」문제를 알기 쉽고도 재미있게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1장에서 장난스럽게 연주되는 풍물장단에 맞춰 『지겨워, 지겨워』하며 공부하다 벌서고 시험치기를 되풀이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묘사되자 여기저기서 『어쩌면, 너무 너무 똑같다!』는 소곤거림과 함께 폭소가 터졌다.
서로 앞장서려고 치열히 싸우다 짓밟고 짓밟히는 경쟁사회를 그린 2장에서는 시험공부의 압박감으로 시달리는 여학생이 『난 1등같은거 싫은데…난 친구가 필요한데…난 남을 사랑하며 좀 여유있게 꿈을 가득안고 친구와 살고 싶은데…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라는 독백 끝에 몸부림치다 쓰러지자 관객들은 숙연한 분위기.
3장에서는 브레이크 댄스에 열광하다 기진맥진해서 쓰러졌던 청소년들이 『고향의 봄』 노래를 부르며 「소생하듯」일어나 땅따먹기·고무줄놀이·제기차기·팥주머니 놀이·기차놀이·말타기 등 과거 한국어린이들이 즐기던 놀이를 시작하자 관객들은 좋아라고 환호하며 반겼다.
원래 이 작품은 87년 12월 제1회 지역간 연합무용제전에서 공연되었던 것으로 6일 공연은 민주교육추진 전국교사협의회의 교권기금(해직교사 복직운동)마련을 위해 열렸다.
한편 이 무용은 오는24∼26일(하오4시30분·7시30분 서울문예회관 소극장)과 3월9∼12일(하오4시30분·7시30분 서울 예술극장 미리내)다시 공연된다.<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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