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마약과 전쟁’에 아동 60명 피살…고문·구타 흔적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사진 AP=연합뉴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필리핀의 범죄조직소탕 과정에서 어린이 수십명이 살해당했다는 주장이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제기됐다.

4일(현지시간)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로드이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마약 소탕전과 관련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반인륜 범죄에 대한 예비조사에 긴급히 착수할 것으로 요구했다.

이 단체는 “작년 6월 이후 필리핀 마약 단속 작전에서 60여 명에 이르는 어린이가 사망했다”며 “경찰이 선처를 호소하는 어린이들을 사살하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8월 고등학생인 키안 로이드 델로스 산토스(17)가 마약 단속 경찰에 의해 사살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당시 산토스가 총을 쏘며 자위권을 행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CCTV 확인 결과 사복 경찰이 비무장의 산토스를 끌고 가 사살한 것으로 드러나 국내외 공분이 일었다.

이 사건에 12명 이상의 경찰관이 연루됐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더불어 국제앰네스티 조사팀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마약 범죄 혐의를 받는 많은 어린이가 과밀상태의 비위생적인 미성년자 구금 시설에 수용된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조사팀은 일부 어린이들이 경찰에 체포될 때 구타와 고문을 당했고, 마약과 함께 강제로 사진을 찍어야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고메즈 국제앰네스티 동남아-태평양지부장은 “국제사법기구가 개입해 가해자들을 법정에 세움으로써 필리핀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대학살을 끝내야 할 때”라며 ICC의 개입을 촉구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하자마자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무차별적인 소탕작전을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3900명 이상의 마약 용의자가 경찰에 의해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