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서민 주머니서 돈 나올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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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결국 저소득층 지원 자금의 대부분이 저소득층 호주머니에서 나오게 되는 셈이다.

국세청이 27일 공개한 '국세통계연보 2005'에 따르면 2004년 중 소득공제를 받은 종합소득세 신고자(1387만 명, 공제항목별로 일부 중복)의 소득공제 규모는 총 14조4447억원이었으며 이 중 소득 4000만원 이하인 중하위 계층의 소득공제 총액이 12조4024억원으로 전체의 86%를 차지했다. 반면 소득액 1억원이 넘는 고소득 계층의 소득공제 규모는 6998억원으로 전체의 4.8%에 불과했다.

이는 정부의 구상대로 소득공제 규모를 점차 줄일 경우 고소득층보다 중하위 소득계층의 세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소득공제는 연말정산 때 과세의 기준이 되는 소득액에서 일정액을 빼줘 세금을 덜 내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1, 2인 가구에 대한 추가 공제(소수공제자 추가 공제)가 폐지될 경우 4000만원 이하 중하위 소득계층이 소득공제 혜택을 가장 많이 잃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소수공제자 추가 공제 규모는 1178억원(약 15만 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소득 4000만원 이하 계층이 공제받은 규모가 980억원(약 12만 명)으로 전체의 83%를 차지했다. 1억원 이상 소득자의 소수공제자 추가 공제 규모는 80억원(1만여 명)에 불과했다.

소수공제자 추가 공제는 혼자 살 때는 연 100만원을, 둘이 살 때는 연 50만원을 근로소득액에서 기본공제 외에 추가로 빼주는 것이다. 정부는 이 제도 때문에 부양가족 수가 적을수록 1인당 공제액이 많게 돼 출산장려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이를 폐지하고 소득공제 규모를 점차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일단 유보한 상태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부자에게는 소득공제 축소가 별 부담이 되지 않지만 저소득층에게는 기초 생계에 직결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라며 "양극화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대책들의 효과를 보다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농어가 및 1인 가구 제외) 중 적자 가구 비율은 28.8%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경기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소득-지출 수지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소득 하위 30% 계층의 적자가구 비율은 51.9%로 절반 이상이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만 전년보다는 0.8%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소득 상위 30%의 적자가구 비율은 12.9%로 전년(12.6%)보다 0.3%포인트 올라갔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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