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해얀개발 "멀고도 험한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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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홍콩=박병석특파원】중공은 「연해지구」를 우선 개발해 그 개발의 성과를 내륙 등 전국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아래 「연해지구 발전전략」을 확정했었다. 그러나 조자양 총서기가 최근 전략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설비수준 등 하드웨어의 낙후보다 「기업관리」라는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자인함으로써 새 전략이 순조롭게 진행되기에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장애들을 극복해야하므로 시일도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22일 신화사 통신예 따르면 조찬양 중공당총서기가 작년11월 하순이후 2차에 걸쳐 상해·절강·강소·복건성 등의 해안지역을 시찰한 후 최근 「연해지구 발전전략문제에 대한 중요의견」을 밝혔다.
조총서기는 이 「중요의견」을 통해 현재 선진공업국들이 노동집약형 산업을 임금이 저렴한 지역으로 이전 중에 있다고 전제, 중공의 전략은 ①외국자본을 도입해 ②수출지향의 ③노동집약적 산업을 육성한다는 대방침을 제시했다.
그는 『중공연해지구는 임금이 싸고, 노동자의 질이 높으며, 교통이 편리하고 기초시설(사회간접시설)도 비교적 좋으며 특히 과학기술개발 등이 비교적 강하다는 잇점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사업만 잘 추진하면 외자를 대량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총서기의 이 같은 방침은 싼 임금을 바탕으로 외국자본을 유치하고 원자재를 수입가공해 수출하는 산업을 일으키겠다는 것으로 중공은 이를 「외향형경제」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중공에 투자를 한바 있거나 현재 투자중인 외국기업들은 중공이 외자유치의 일환으로 국영기업에 비해 전력·노임·원자재 구입가 등은 저렴하지만 전체 경영코스트 면에서는 반드시 싼 것은 아니라고들 한다.
조총서기의 말대로 이들 연해지구는 중공내륙이나 타지방에 비해 여러 가지 잇점을 지니고 있으나 외국에 비하면 임금은 싼 만큼 생산성이 낮고 과다한 임대료 등으로 운영비가 홍콩보다 비싸다고 한다.
또한 과실송금의 어려움과 중공의 외환부족에 따른 원자재수입시의 제약, 법령의 미비, 관료주의, 언어문제 등이 간단치 않다.
조총서기가 『중공의 기업을 외국과 비교할 때 우리의 설비들도 그들보다 낙후돼 있지만 그보다 더 낙후된 것은 관리다. 관리상의 편차가 설비상의 편차보다 훨씬 크다』고 강조한 것은 중공경제의 문제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있으며 따라서 그 해결의 방법이 쉽지 않을 뿐더러 시일도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조총서기는 이어 『오랫동안 적지 않은 공장의 근로기율이 해이해졌고 자금과 물자의 관리도 대단히 혼란하다. 우리 기업의 노동비용이 낮고 기술개발능력도 강한 점 등 많은 잇점이 있는데도 관리의 낙후성 때문에 이런 잇점을 상쇄하고 있다』고 자인했다.
그래서 그는 외국인들에 대한 투자환경개선의 일환으로 외국인이 투자한 기업에 대해서는 외국인의 직접관리 또는 외국인관리위주의 경영을 허용해 국제관례에 따른 관리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조총서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투자환경이 좋으냐 나쁘냐의 기준은 투자자가 이익을 내느냐의 여부에 있다』고 전제하고 『이런 관점에서 외국인의 관리권을 존중하겠지만 중방(중공 측)의 합법적 이익도 보호돼야 한다. 외상(외국기업인)이 관리를 잘하고 수출을 많이 할 수록 돈도 더 벌게될 것이며 우리(중공)도 응분의 일부 이익을 얻게될 것』이라고 했다.
조총서기의 이런 발언은 『기업관리를 외국인에게 위임하는 것은 국가주권의 상실』이라는 종래의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와 함께 중공은 기업스스로 이익과 손해를 책임지는 「기업법」을 통과시켜 기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의 분리를 꾀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중공기업을 활성화시키고 외국인의투자심리를 고취하는 것임에는 틀림없으나 국교관계가 없는 한국에도 차별 없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조총서기의 말대로 현재 중공에는 ①신·구체제전환중의 모순 ②연해와 내지발전간의 모순 등 두 가지 모순을 안고 있으며 「대과반」(큰솥밥)으로 대변되는 평균주의의 폐단을 개혁하려면 수십 년 동안 체질화된 습관과 사고방식까지를 고쳐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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