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 제대로 되고 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현재와 같은 미술비평은 제대로 된 것인가, 수준 미달인가. 최근 미술계는「미술비평」이주요 이슈로 등장, 평론가는 물론 작가들까지도 몇몇만 모이면 토론을 벌일 정도로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있다.
미술비평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은 신진 평론가인 김영재씨가『공간』87년 11월호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부터. 공간 지를 통해 등단한 김씨는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미술비평으로 석사를 마치고 귀국,『공간』에「평론의 논리」라는 글을 기고했던 것.
「전문비평시대를 대비하여」라는 부제가 달린 이 글은 현재의 평론은 인신공격이나 개인 예찬이라는 양 극단적 태도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 그는 이처럼 논리가 결여된 채 원색적인 용어로 개인이나 집단을 매도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젊은이들이 미술비평을 기피하는 이상기류를 초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평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평론은 사적 가치를 지니는 것이므로 자격을 갖춘 전문비평가가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평론은 논리라는 기본 전제에서 살펴볼 때 과연 자격을 갖춘이가 얼마나 되는지를 반문하고 있다.
김씨의 이 같은 글은 일부 평론가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을 받아 장석원씨가「평론은 양심이다」를, 서성록씨가「어느 비평가의 오만」을 각각『공간』12월호에 기고하는 등 파문을 초래.
장씨는 김씨의 글이 미술비평의 발전을 위한 글이기보다 개별적으로 몇 사람의 평론가를 공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 그는 또 김씨의「평론은 논리」라는 명제는 명제로 성립되지 못하며 오히려「평론은 양심」이라야 한다는 것을 주장.
서씨는『김씨가 문맥 운운하는 글을 쓰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야말로 잘못된 접속사, 맞춤법이 틀린 글자 등 기초상식이 의심스러운 글을 쓰고있다』며 도표를 통해 반박. 그는 미술비평이 미술이야기를 하는데 만족해버린다면 미술비평의 이념적 전망제시나 시대적 사명의식, 철학적 세계탐구와 같은 막중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다수의 미술 인들은『그간의 미술비평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점도 없지 않다』 고 지적하고 이를 계기 삼아 비평이 제자리를 찾을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있다.<홍은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