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국의 올림픽참가 저지 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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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KAL기 폭파사건은 북괴가 서울올림픽 방해를 위해 7년여 장기교육을 시킨 정예특수공작원을 남녀1조로 완전한 외국인으로 위장시켜 국제적인 테러를 감행했다는 사실이 특징으로 지적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북괴 김정일의 직접명령에 따라 수행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북괴는 김정일의 지시가 사후에라도 탄로날 것을 우려, 완전범죄로 꾸미기 위해 작년9월부터 3개월간 치밀한 계획을 세워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번 사건 수사를 맡았던 관계당국은 더우기 이번 일을 저지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83년10월9일 발생했던 아웅산 폭발테러사건이후 9개월만에 착수됐다는 점에서 북괴의 테러에 의한 한국사회혼란조성집념이 얼마나 끈질긴가를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계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북괴는 서울올림픽 참가신청 마감일을 약50일 앞두고 서울행 항공기를 폭파함으로써 서울올림픽의 안전이 보장될 수 없다는 국체여론을 일으키고 각국의 올림픽참가를 저지하러 했다는 것.
특히 중동노선의 KAL기를 폭파대상으로 삼은 것도 나름대로의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당국은 북괴가 중동노선의 KAL기가 해외취업근로자들이 주로 타는 비행기임을 이용, 이들을 희생시켜 한국 내 근로자계층의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하려는 계산까지 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있다.
실제로 김현희도 올림픽을 방해하고 한국의 국내정세를 더욱 혼란시키겠다는 복수의 목적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든 전 세계에 충격과 분노를 일으켰던 항공기폭파사건이 수사당국의 집요하고 과학적인 수사로 사건발생48일만에 북괴의 소행임이 드러나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적으로 고립되고있는 북괴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지게 됐다.
국방부당국은 이같이 궁지에 몰린 북괴가 어떤 종류의 돌발사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비, 15일 긴급 군무회의를 열고 전군에 특별경계강화령을 발령할 정도로 그들의 동태는 당분간 주시의 대상이 됐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북괴의 대남공작이 얼마나 치밀하고 광범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게됐고, 이들을 상대로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데는 한치의 방심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됐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분석이다. 그들의 활동이 일본을 거점으로 하고 유럽과 중동에까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음을 이번에 본 셈이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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