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중층 재건축 속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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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강남권의 중층(10~15층) 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여기저기서 삐걱거리고 있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사업성이 떨어지자 조합원 간 내부 갈등을 빚으면서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다.

서초구 신반포7차는 사업승인 신청서가 반려될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5월 사업승인을 신청한 뒤 구청의 거듭된 서류 보완 요구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다음달까지 구청 요구를 이행하지 못하면 신청이 반려돼 사업이 6개월 이상 늦어진다. 이럴 경우 기반시설부담금제 등 추가 규제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신반포7차와 비슷한 시기에 사업승인을 신청한 인근 반포한양 등도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조합과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주민 간 갈등이 얽혀 주민총회조차 열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서초구 C공인 관계자는 "3~4년 전 사업 초기 때는 용적률을 250% 이상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조합원들이 환급금까지 기대했는데 이제는 규제로 가구당 1억~2억원의 돈을 더 내야 할 처지가 되자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청담동 삼익은 사업승인 직전 단계인 건축심의에서 벽에 부닥쳤다. 평형 배정 등과 관련해 일부 주민의 불만이 커지자 조합이 구청에 심의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기존 용적률 211%에 35~54평형 888가구인 이 단지는 용적률 230%를 적용하면 조합원 주택을 지금과 똑같은 크기로 짓고 추가로 짓는 38평형 43가구는 모두 임대아파트로 내놓아야 한다.

지난해 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서초구 반포우성에서는 일부 주민이 "중소형.임대아파트로 재건축할 필요가 있느냐"며 반대를 주장한다. 이 아파트가 33~48평형 408가구를 허물고 새로 지을 24~48평형 554가구의 절반이 임대(40가구)를 포함해 전용 25.7평 이하다. 재건축 컨설팅 업체인 J&K의 백준 사장은 "용적률을 낮추고 중소형 평형 비율을 강화하는 정부 정책이 중층 재건축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방식을 놓고 마찰을 빚기도 한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에선 재건축 여부를 판가름하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고 용적률도 당초 기대한 250% 이상보다 훨씬 낮은 210%로 제한되자 지난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모임이 생겨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규제 강화로 조합원들의 기대 수익은 더욱 낮아지지만 재건축 기대감이 커 사업을 쉽게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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