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재기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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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해 들어 활발해진 야권의 재편 움직임과 함께 대통령 선거 후 단절되었던 여야간의 대화가 곧 재개될 기미를 보임으로써 정국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민주당의 김영삼 총재가 아무 전제조건 없이 노태우 대통령 당선자와 만날 용의를 표명하고, 여기에 민정당이 긍정적 반응을 보여 빠르면 주말쯤엔 여야 영수회동이 이루어질 것도 같다. 민주당의 대화 제의는 대평민당 관계에서 기선을 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목전에 다가온 총선 등 정국운영 방안을 대화를 통해 풀기로 한 결정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두 동강이 난 야권의 재통합문제다.
지금 두 야당은 선거패배의 쇼크로 일대 진통을 겪고 있다. 단일화실패에 대한 당내외의 비판과 압력은 어느 때보다 거세다.
여기에는 두김씨의 퇴진론은 물론 전반적인 야권 개편론까지 포함되어있다. 민주당이 김총재의 신임을 묻는 임시전당대회를 연 것이나 평민당이 집단지도 체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두 야당이 본질적인 체질개선을 않고는 총선에 대비한 전열정비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대선 패배 후 여러 갈래의 신당태동 등 정계재편을 향한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아직은 두 김씨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물론 현시점에서 두 김씨가 과거의 동반자관계로 회귀하는데는 많은 장애가 있다. 분당과 독자출마에 대한 책임문제뿐 아니라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감정의 앙금을 가라앉히는데는 어느 정도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여망을 생각한다면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야당지도자의 모습일 수는 없다.
명분만을 따져도 민주당과 평민당이 두갈래로 갈라설 이유는 찾기 어렵다. 분당을 한 것은 두 김씨가 대통령자리를 놓고 양보를 않았기 때문이다. 지지계층의 차이 등을 들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더우기 실리를 따지면 두 야당은 더 늦기 전에 통합해야 한다. 야당 요구대로 소선거구제가 되면 말할 것도 없고 1구 2인제가 되건, 민정당안대로 1구 1∼4인제가 되건 야당이 분열된 채 총선에 임한다면 야당후보끼리의 치열한 경쟁으로 여당이 어부지리를 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 와중에서 설혹 어느 쪽이 제1야당이 된다고 해서 국민들이 박수갈채를 보낼리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경상도당」「전라도당」이라는 지역정당의 출현가능성이다. 특정지역의 편중현상이 실제로 나타날 경우 그것이 한국의 정치발전에 어떤 장애가 되고 부담이 될지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제구실을 하는 야당을 바라는 것은 그래야만 정당정치가 궤도를 찾고 원활한 여야관계를 통해 민주정치가 정착의 기틀을 다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록 12·16선거에서 패배는 했지만 야당이「만연야당」의 콤플렉스를 떨쳐버리고 정권에 도전할 수 있는 정당으로 재기하려면 통합을 위한 노력을 진지하게 기울여야 한다.
더 이상 두 야당이 두 김씨의「사당」일 수는 없다. 그렇게된 이유가 어디 있었던 간에 1인중심의 당운영 방식만은 이제 탈피해야 한다. 눈앞의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도 야권의 선택폭은 통합 말고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당장 합훈에 어려움이 있다면 최소한 연합전선 구축을 위해서도 두 야당지도자간의 대화는 빠른 시일 안에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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