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2 학부모 심층면접, 8명 중 7명 “수능 상대평가 유지해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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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교육부가 2022년부터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골자로 한 수능개편안을 준비 중인 것과 반대로 학부모들은 ‘수능 상대평가’를 원하는 쪽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승래 의원, 한국리서치와 조사 #“절대평가 되면 입시 복잡해질 것” #“전형 다양해 불안 … 단순해졌으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리서치와 함께 고교 2학년 학부모 8명을 대상으로 ‘표적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 FGI)’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8명 중 7명이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해 달라”고 말했다.

FGI는 조사 대상자 6~12명이 모여 사회자와 함께 정해진 주제에 대해 대화하며 의견을 나누게 하는 질적 조사 방식이다. 심층적인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 패널은 학교별로는 자사고 1명, 일반고 5명, 특목고 2명의 학부모로 구성했다. 서울(5명), 경기도(3명) 지역 학부모다.

논의 결과 특히 일반고 학부모들이 절대평가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입시가 더 복잡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학부모들은 “학원 설명회에 가 보면 (절대평가 시 성적이 비슷하면 차별화를 위해) 대학에서 영어 인터뷰를 할 것이라고 한다”(서울 A일반고), “두 아이가 똑같이 90점이면 (대학에서) 본고사를 부활하는 등 다른 기준을 마련할 것”(서울 B일반고)이라고 했다. 특목고 학부모 둘은 “수능 상대평가를 완전히 찬성하긴 어렵지만 선택하라면 상대평가”라고 답했다. 절대평가를 원한 경기도 E일반고 학부모는 “아이가 성취감을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신은 절대평가(특목고 2명, 일반고 2명)와 상대평가(자사고 1명, 일반고 3명)로 팽팽하게 갈렸다. 특목고 학부모는 “학내 경쟁이 치열해 동급생이라는 생각이 줄어든다”고 절대평가에 손을 들어 줬다. 상대평가파는 “내신으로 수시 당락이 좌우되는데 절대평가를 하면 또 다른 기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역시 입시가 복잡해지는 데 대한 우려다.

학부모들의 숙원은 ‘단순한 입시’였다. 특히 8명 모두 수시전형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전형이 다양해 불안하다. 전형별로 7~8명씩 조금만 뽑으니 지레 포기하는 애들도 많다. 학원만 좋은 일”(서울 C일반고), “학생부종합전형 수시 결과를 보면 합격자와 불합격자 차이를 전혀 모르겠다”(서울 B일반고), “너무 복잡한 전형은 꼼수 쓰는 사람을 위한 것 아닌가”(서울 특목고) 등의 의견이 나왔다.

생활기록부 작성을 두고도 “교사의 주관 수행평가인데 공정한지 의문”(경기도 특목고), “학교에서 생기부에 적고 싶은 걸 직접 적어 오라고 하더라”(서울 C일반고)는 불만이 많았다.

교육부는 지난 8월 절대평가 과목을 확대하는 내용의 2021 수능개편안을 내놨으나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로 발표와 적용시점을 1년 미뤘다. 올해 수능은 영어·한국사만 절대평가한다.

조승래 의원은 “학부모들은 단순한 대입을 원하는데 단순한 게 공정하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숙의를 통해 공정한 입시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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