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고연차 정규직 방문판매 전보발령 부당" 법원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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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가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인공지능 스피커나 스마트워치 등을 방문판매하도록 한 SK텔레콤의 전보발령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유진현)는 SK텔레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보 구제 재심판정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SK텔레콤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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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K텔레콤 본사. [사진 아론 탄]

서울 SK텔레콤 본사. [사진 아론 탄]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키즈폰 등을 방문판매하는 ‘다이렉트 세일즈팀’(DS팀)으로 발령된 강모씨 등 4명이 중앙노동위원회에 낸 부당전보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지자, 이에 불복해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 노동자는 인사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고 희망퇴직 권유를 받은 40대 후반~50대로, 이들이 희망퇴직을 거부하자 DS팀으로 전보발령이 났다.

재판부는 “(강씨 등이) DS팀의 설치 목적에 기여할 수 있는 인력이 아니었고, 30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조직에 판매 업무를 경험한 적이 없는 연봉 1억원 이상의 직원들을 배치한 것이 SK텔레콤에 경제적 효용성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전보발령은 ‘담당 직무를 체계적·계획적으로 변경시켜 개인의 역량을 개발하고 업적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 조직 활성화와 인력운영 효율화를 기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인사이동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경쟁 업체인 KT, LG유플러스는 소속 직원에게 일반 고객을 상대로 직접 방문판매하는 영업 방식을 하지 않고 있다”며 “방문판매를 지시했을 당시 제품 판매로 SK텔레콤에 귀속되는 매출·영업이익이 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고 판시했다.

SK텔레콤은 “신종 스마트기기의 경우 고객들이 사용의 필요성·효용성을 쉽게 인식하지 못해 방문판매가 적합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판결 이후 법무법인을 바꿔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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