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TV, 책을 말하다' 외유성 취재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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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적으로 일한답시고 국민의 혈세(血稅)를 낭비한 탓으로, (이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 공영방송 KBS의 해외 취재에 동행했던 대학교수가 방송사의 '혈세 낭비'를 고발하는 글을 기고, 파문이 일고 있다.

KBS1TV의 책 소개 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는 지난 21일 영남대 박홍규 교수(51.법학부)의'베토벤 평전'을 방영했다. 저자인 박교수는 이를 위해 제작진과 함께 지난달 중순 함께 일주일 일정으로 오스트리아.독일 등지를 다녀 온 뒤 지난 21일자 부산일보.대구매일을 통해 당시의 일을 '고백'한 것이다.

박홍규 시론 전문
KBS 담당주간 사과의 글

칼럼에서 朴교수는 약속장소에서 이틀을 기다렸는데 PD는 "잦은 출장으로 공짜 비행기 표가 생겨 가족들을 데려오는데 시간이 맞지 않았다"고 해명했다면서 담당 PD가 방송국 돈으로 가족들을 여행시키는 것을 노골적으로 자랑했다고 전했다. 朴교수는 고열에 시달린 PD의 아이 때문에, 또 약속을 제대로 잡지 않은 바람에 촬영은 제대로 못했지만 이 와중에도 PD가족은 고급 식당, 비싼 호텔을 이용하는가 하면 관광을 즐기며 출장비 정산용 영수증을 철저히 챙겼다고 지적했다. 朴교수는 "돌아오는 비행기표마저 혈세로 다시 샀을 때 그만뒀어야 했다"면서 "혈세를 낸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朴교수는 글에서 프로그램을 적시하지 않았으나 네티즌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찾아 홈페이지에 "이럴 수 있느냐"는 항의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문제가 확산되자 길환영 책임PD가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는 글을 게재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길PD는 26일 "담당 PD가 가족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감사실에서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문제가 된 PD는 일단 제작 업무를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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