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태자원 1년치 벌써 다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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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제공하는 생태자원보다 더 많은 양을 인류가 소비하면서 지구 생태계는 위기에 처했다. 지구의 날인 4월 22일 대전중앙과학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지구 소개 영상물을 손으로 만져보고 있다. [중앙포토]

지구가 제공하는 생태자원보다 더 많은 양을 인류가 소비하면서 지구 생태계는 위기에 처했다. 지구의 날인 4월 22일 대전중앙과학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지구 소개 영상물을 손으로 만져보고 있다. [중앙포토]

8월 2일이 올해의 '생태 환경 초과일(Earth Overshoot Day)'로 선포됐다.
이는 지구가 1년 동안 제공할 수 있는 생태자원 인류가 고작 7개월 남짓 만에 다 써버렸다는 의미다.
이날 이후부터 쓰는 자원은 미래에 사용할 것을 미리 당겨쓰는 셈이 된다.

GFN, 8월 2일을 '생태 환경 초과일'로 선포 #수자원·어족자원·목재·오염정화기능 등 #지구가 1년에 제공할 수 있는 생태자원을 #7개월만에 모두 써버려 남은 5개월은 '적자' #1970년 이후 '초과일' 점점 앞당겨져 #한국인처럼 소비하면 지구 3.4개 있어야

2일 국제 환경 관련 단체인 '지구 생태 발자국 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 GFN)'와 세계자연기금(WWF)은 인류의 지구 생태자원 소비 추세를 고려한 결과, 올해의 생태 환경 초과일이 이날로 계산됐다고 밝혔다.
지난해는 생태 환경 초과일이 8월 8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6일이나 앞당겨진 셈이다.

생태자원은 지구가 인류에게 제공하는 농산물이나 수산자원 같은 식량뿐만 아니라 목재와 수자원, 오염물질·폐기물 정화 기능까지 포함된다.
결국 인류의 식량·에너지 소비와 폐기물 배출이 늘어나면서 지구가 지탱할 수 있는 한계도 점점 초과하게 되는 셈이다.
한계를 초월해 생태자원이 적자가 나면, 즉 지구가 제공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생태자원을 소비하게 되면 지하수 고갈이나 토양오염, 대기오염, 해양·산림 생태계 파괴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브라질 마토그로소주 아마존 정글 일부가 나무 한 그루만 달랑 남아 있는 곳으로 변했다. 인류는 나무가 자라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숲을 잘라내고 있다. [중앙포토]

브라질 마토그로소주 아마존 정글 일부가 나무 한 그루만 달랑 남아 있는 곳으로 변했다. 인류는 나무가 자라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숲을 잘라내고 있다. [중앙포토]

과거 1960년대에는 지구가 1년에 제공하는 생태자원과 인류가 1년 동안 소비하는 양이 서로 맞아 떨어졌지만, 1970년 처음 생태용량을 초과한 이래 이제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생태환경 초과일을 산정하는 데에는 '생태 발자국(Ecological Footprint)' 개념이 적용된다.
인류가 소비하는 생태 자원의 양을 그 자원의 생산에 필요한 땅의 면적으로 환산해 표시한 것을 '생태 발자국'이라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지구가 하나가 제공하는 생태자원으로는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 세계 인류가 생태자원 소비를 지금의 수준으로 계속 유지한다면 지구 하나에다 0.7개가 더 필요한 셈이다.
더욱이 전 세계인이 한국인처럼 생태자원을 과소비한다면 지구가 3.4개가 필요한 것으로 산출된다.

지구 생태 발자국네트워크의 대표이자 생태 발자국 개념의 공동 창시자 매티스 와커나겔은 “하나의 지구에 맞춰 살아가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며 "지구 생태 환경 초과의 날을 뒤로 늦추는 것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구 생태 환경 초과의 날을 매년 4.5일씩 늦춘다면 오는 2050년에는 지구 하나로 자원 소비를 지탱하는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 회원들이 어자원 고갈과 해양 생태계 파괴를 우려해 남획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환경단체 회원들이 어자원 고갈과 해양 생태계 파괴를 우려해 남획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생태 발자국 (Ecological Footprint)
인간이 소비하는 자연 자원의 양을 의미하며, 식물을 원재료로 하는 식품과 섬유 제품, 축산물과 수산물, 임산물, 도시 기반시설을 위한 공간, 화석연료 연소 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한 산림 등이 해당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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