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급히 두 손으로 핸들 잡는 운전기사…버스 블랙박스 영상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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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서울 진입 지점 부근에서 발생한 버스 추돌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사고 버스의 블랙박스 영상이 10일 공개됐다.

버스 진행 방향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2차로로 빠르게 달리는 버스 앞에 흰색 K5 차량 등 승용차가 줄지어 선 모습이 나타나지만, 버스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린다. 버스 운전사 김모(51)씨는 왼손으로만 핸들을 잡고 넋을 놓고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나는 순간 핸들이 돌자 양손으로 운전대를 고쳐잡는다. 사고 당시 김씨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어 블랙박스 영상으로 눈이 감겨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의자 등받이에 기대 잠을 자던 승객들은 버스가 승용차를 추돌할 때 앞 좌석 등받이에 머리를 부닥친 뒤 놀란 표정으로 얼굴을 부여잡았다.

김씨는 9일 경찰 조사에서 "졸음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사고현장에 제동 흔적(스키드 마크)이 없는 점과 김씨 진술을 토대로 김씨가 운전 중 졸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김씨가 피해자와 합의할 시간을 주기 위해 2주 뒤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버스 기사 휴게 시간 등 근무 규정이 지켜졌는지는 국토교통부 등이 추가로 조사한다.

앞서 9일 공개된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는 광역버스가 승용차를 추돌한 뒤 차 위에 올라타다시피 덮치는 장면이 담겼다. 광역버스가 들이받은 승용차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구겨졌다. 승용차에 탄 신모(58)씨와 부인 설모(56·여)씨는 현장에서 숨졌다. 부부는 서울 청량리에서 재봉사로 일했으며 남편은 평소 몸이 안 좋아 혈액 투석을 받아 왔다. 가족들에 따르면 신씨 부부는 기분 전환을 위한 주말 나들이를 즐겨왔다. 부부의 친척 중 한 명은 "설씨가 남편과 시댁에 다녀오던 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여성국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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