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응원단장 스타탄생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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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장철구평양상업대학 3년. 북한 응원단을 이끄는 김은복씨가 새로운 스타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이유경씨가 스타였다면 대구 유니버시아드는 그녀의 차례다.

그는 "학교 다닐 때와 북측에서 열린 각종 체육대회 때 갈고 닦은 응원 솜씨를 대구에서 유감 없이 발휘할 것입네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21일 북한 남자배구 예선전에 처음 선보인 그의 응원은 역동적이었다. 작은 체구(신장 1백56㎝)에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나는지 절도 있는 동작은 카메라 기자들의 초점이 됐다.

그는 손가락의 개수를 수시로 바꾸면서 응원단원들을 '지휘'했다. 그가 손가락을 한 개만 펴면 응원단원들은 준비한 짝짝이를 한 번(딱∨딱∨딱)간격으로, 두 개를 펴면 두 번(딱딱∨딱딱)간격으로 쳤다. 세 개를 펴면 한 번, 한 번, 두 번(딱∨딱∨딱딱)간격으로 쳤다.

그는 "오늘은 처음이라 응원솜씨를 다 보여줄 수 없지만 다음 경기 때는 기대하십시오. 너무나 많은 '작품'을 선보일 것입네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날 북한 남자배구는 덴마크와의 예선전에서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다 아깝게 졌다. 그는 "경기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습니다.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이기리라 믿습네다"라며 못내 아쉬움을 감추기도 했다.

그는 2백70여명의 응원단원을 혼자 이끌지만 아직까지는 어린 편이다. 경기 도중 북한 선수가 점수를 얻으면 어린아이처럼 폴짝폴짝 뛰기도 했고, 점수를 잃으면 안타까운 감정을 감추지 못해 두 손을 가슴에 모으기도 했다.

그녀는 "대구에 오니 친구나 형제를 만난 것 같다"며 "남측 선수들이 경기할 때도 북측 선수 못지 않게 열심히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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