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조문화재 훼손은 산성비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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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몇년 새 경북 경주 감은사터 동탑(국보 제112호)의 받침돌이 떨어져 나가고 불국사 다보탑(국보 제20호)이 갈라져 소동을 빚었다. 당시 석조 문화재의 훼손이 산성비 탓이라는 의견이 제시됐으나 구체적인 증거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대전대 김선태(金善泰.환경공학)교수팀이 산성비로 인한 문화재와 구조물의 훼손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를 제시했다.

金교수는 1993년부터 일본 연구팀과 함께 대구.대전을 포함한 한.중.일 18개 도시에서 산성비로 인한 금속.석재의 부식 속도를 측정했다.

한국대기환경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된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에선 산성비에 노출된 철판이 매년 49㎛(㎛=1천분의 1㎜)씩, 대리석은 6.79㎛씩 부식됐다. 대전에서도 철판은 26.4㎛, 대리석은 4.72㎛씩 녹아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3국 중에선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등 중국 도시의 부식속도가 단연 빨랐다.

베이징에서는 철판의 무게를 달아본 결과 연평균 24.8㎛씩, 상하이에서는 63.6㎛씩 부식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황산가스 농도가 1백67ppb(ppb=1천분의 1ppm)인 퀴양에서는 산성비에 노출된 철판이 한 해에 2백54㎛이나 부식됐다.

일본 도시의 부식 속도는 대체로 국내 도시보다 낮았으나 도쿄(東京)의 경우 철판의 부식 속도가 34.3㎛로 다소 높았다.

산성비에 대한 문화재 보존대책으로 지붕을 덮어 비를 차단할 경우 부식 속도를 줄일 수 있으나 공기 중 오염물질 탓에 부식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에 많은 화강암 재질의 유물도 대리석보다는 덜 하지만 산성비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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