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의 생명력은 "순수" 특정후보 지지에 아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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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나라에는 언제부터인가 재야라는 기묘하나마 어쩌면 당연히 발생했으리라고 수긍이 가는 세력이 존재해왔다.
그동안 무척 친숙하게 느껴지던 것은 그들의 사회적 역할이 많은 국민의 성원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그들의 존재가 늘 선명했고 우리의 확실한 사랑을 받아온 것은 그들이 우리들 속에서 함께 호흡했고 그들의 사심없는 행동철학 (진정코 양식있는 민중을 대변하는)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신한다.
그러나 최근 신문지상에서 그들중의 일부가 특정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진정 그들은 스스로 생명력을 단절시키고 여론지도자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포기하며 또 다른 차원의 위치로 전락하고자 하는 것인가.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는 진정한 민주주의 문턱에서 십자가를 지는 희생적인 의미밖에 없을 것이다.
대권싸움은 한심한 그들에게 맡기자.
그러나 재야에서 특정한 후보를 지지한다면, 또 그 연쇄적인 파급효과가 확산된다면 진정 우리들 마음이 갈라지고 우리들 속의 또 다른 우리가 잉태되는 계기가 될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경거망동은 하지 말자.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늘 순수하고 소박한 재야를 기대한다.
「이제 새로운 힘의 실체는 성숙된 국민이며 대통령후보의 능력도, 물리적인 힘의 여건도 아무것도 발전적으로 변화된 게 없다」는 칼럼 (중앙일보 장두성씨)을 깊이 음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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