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만 표의 향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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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2·16선거」에 쏠리는 국민의 관심과열기가 어느정도인가는 부재자 투표신고에서도 갈 나타난다. 23일 마감된 신고자 수는 85만여명으로 국민투표때의신고자수보다 약19만명이 늘어났다.
종래 대통령선거에서 부재자 투표는 으례 여당몫으로 치부해 왔다. 특정후보한테 공개리에 표를찍게하거나 미리 기표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해서 과언은 아니다.
또 기권표의 대부분은 대리투표에 의해 여당후보한테 몰리는데도이렇다할 말썽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당선자가 결정되어 있는 선거인데 굳이 문제삼을 이유는없었다. 원천적인 부정인줄은 다알지만 물의를 일으켜 봤자 선거결과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부터 그래서는안된다. 대통령을 내손으로 뽑자는마당에 과거의 폐습이 재연될수 없음은 당연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피나는 투쟁끝에 직선제를 관철, 치르는 선거에서 그와같은 구태가 만의 하나라도 되풀이된다면 그것은 민주화에의 발전방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규탄받아야 한다.
더우기 이번 선거는 4당후보의 각축으로 당락의 표차가 근소하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전체 유권자에서 3·3%를 차지하는 부재자수 85만명은 어쩌면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인자도 될수있다.
물론 우리의 정치 행태로 보아과거의 폐습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 소박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선거전이 과열되면 될수록 목전의 이득이나 공명심에 눈이 어두워 그것이 국민주권을 훔치는 행위라는 가책도 없이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새로 손질했다는 대통령선거법이 부재자의 태반을 차지하는 군영내의 투표에대해 명확한 규정을 해놓지 못하고 있다. 부재자가 1백명이 넘으면 기표소를 설치키로는 했으나 영내 기표소의 투표참관이 가능한지 여부는 분명하게 밝혀놓지 않았다는 것이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고해서 그것이 부재자 투표에 대한 과거의 행태가 되풀이될 근거여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국민의 높아진 정치의식이 그런 부정행위를 용납하지않을 것이다. 부재 유권자들이 이번만은 주권 도둑질을 묵인할리는 없겠지만 일어탁수적으로 더러 선거부정행위를 하는 자가 있다면 용감히 고발해야만 한다. 그것은 단순히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행위일뿐 아니라 국민된 자의 당연한 의무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의의는 국민의 깨끗한 선택에 따라 정통성과 정당성을지닌 정부를 갖자는데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는 선거결과보다 공명정대하게 선거를 치르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되풀이 강조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국민의 참정권 행사가 왜곡되거나 조작된다면 그 결과에 승복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긍정한 부재자 투표는 이땅의 민주화를 다지는 시금석인 것이다.
부재자 투표신고자가 10월의 국민투표때 보다 무려 28%나 늘었다는 사실이 갖는 의미는 결코 가벼이 흘려 보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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