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선거(3)"정치역량 비춰주는 진행중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1960년 대통령에 당선되자 「케네디」는 『만약 TV토론이 없었던들 오늘의 이 영광은 없었을 것이며 승리의 대세를 나에게 이끌어준 것은 텔리비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련한 정치가이며 현직 부통령이었던 「닉슨」을 이름없고 약세였던 「케네디」가 물리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TV「대토론」에서 이긴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정말 TV토론이 그렇게 결정적이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텔레비전 시대에서 TV토론의 영향이 지대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 「대토론」이 있은 이후 정치와 텔리비전은 밀접하게 연결되었고 TV 정치시대라는 이른바 신정치시대가 열렸다. 그리하여 텔리비전 정치시대에 있어서 TV토론은 대통령 후보들이 반드시 거쳐야할 선거절차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4당대통령후보의 관훈클럽토론 방송을 계기로 TV정치시대를 맞이했고 사상 첫TV토론을 지켜볼 수 있었다.
1971년 대통령선거때도 TV선거방송이 있었으나 수상기 보급댓수가 60만대정도였던 당시와, 보급률이 1천만대를 넘어서는 지금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다. 이번 관훈클럽의 TV토론방송때 가동된 TV수상기가 6백만대라 하니 TV정치시대를 실감한다.
TV토론은 그 말이 의미하듯 후보들이 정면으로 맞서서 공방전을 펴는 토론은 아니다. 질문하는 패널리스트를 따로 두고 이들이 각각 후보들에게 질문을 던져 그 응답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패널리스트들이 어떻게 구성되는가, 또 패널리스트들이 어떤 질문을 하는가가 TV토론의 공정한 진행에 매우 중요하다.
TV토론의 진행에는 일반적인 룰이 있다. 질문을 받으면 후보는 3분 이내에 응답하여야 한다. 경쟁후보가 응답한 후보의 의견에 반론이 있으면 발언을 할수 있는데 90초 이내에 해야 한다.
그리고 TV토론 1회의 진행시간은 1시간정도다. 또 TV토론은 방송사가 직접 주최하지 않는다. 보통 제3의 공신력 있는 기관이 후보들의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방송사는 이를 중계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 이유는 방송사에서 주최하고 제작할 경우 방송사는 모든 대통령후보에게 방송을 이용하고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주요 후보만의 TV토론이 방송된다면 이는 방송의 형평원칙에 위배되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제3의 기관으로 하여금 주관케하여 주요 후보만이 토론케하고 방송사는 이를 중계하는 형식을 취한다. 미국의 경우 지금까지 대부분의 대통령후보 TV토론을 여성단체와 같은 사회단체가 주최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한편 TV토론에 지나치게 열광할때 몇 가지 문제가 있다. 텔리비전은 이슈 중심의 신문과 달리 지극히 「인물중심」 「외모중심」의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TV토론에서는 후보자가 무엇을 말하는가 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장시간 관훈클럽의 TV토론을 지켜보고도 시청자는 후보자들이 무엇을 말했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어도, 어떻게 답변했는가에 대한 이미지는 남는다. 그래서 TV토론에서 이슈에 강한 「닉슨」도 TV적 외모에 강한 「케네디」에 패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 TV토론의 문제는 짧은 응답식의 퀴즈형 문답형식이다. 퀴즈콘테스트가 지식의 정도를 말해줄 수 없는 것처럼 TV토론의 「문답」도 정치적 역량을 반드시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런 TV토론에 의존하여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다면 문제가 아닐수 없다.
아무리 TV정치시대라 하더라도 이슈의 미디어인 인쇄매체의 정치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결코 감소될 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