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화장실서 가장 깨끗한 칸은 … 반대로 생각하면 답이 보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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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질문 : “공중 화장실에서 가장 깨끗한 칸은 어디인가요.”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 #WSJ 칼럼 정리 『왜 양말은 … 』펴내 #‘유명 교수 강의가 지루한 이유’ 등 #일상 속 깨알 궁금증 재미있게 풀어

답 : “사람들은 입구에서 가까운 칸을 ‘덜 사용한 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모두 그곳을 가장 많이 씁니다. 그럴 땐 반대로 행동하세요. 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칸이 깨끗할 겁니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50)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펴낸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사회평론)의 일부 내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낸 정기 칼럼 ‘애리얼리씨에게 물어보세요(Ask Ariely)’가 정리된 책이다. ‘시끌벅적한 장소에서 데이트를 할 때 성공률이 높은 이유’(상대방이 말주변이 없어도 소음 때문이라고 여기고 상대에게 실망하지 않기 때문), ‘유명한 교수의 강의가 형편없는 이유’(내가 아는 지식은 타인도 알 것이라는 교수의 인식 때문에 의사소통에서 실패하기 때문) 등 일상 속 궁금증에 대한 해결책을 위트있게 풀어냈다.

2011년 펴낸 『댄 애리얼리, 경제심리학』과 이듬해 낸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등으로 한국에 이름을 알린 애리얼리 교수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트럼피즘(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등 예측 불가능한 것에 대비하는 통제력을 개인이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행동경제학자로서 내공이 책에서 느껴졌다. 뛰어난 관찰력을 기른 계기는.
“어릴 적 불의의 사고로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었다. 3년간 누워 지내면서 매일 주변 환자의 생활과 행동방식을 살펴봤다. 사물을 면밀히 살펴보는 습관이 이때 생겼다. 이는 (경제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의 작동 원리이기도 하다. 일반인들은 술집에서 남녀를 보면 이들이 데이트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과학자는 ‘이들이 왜 서로 다른 얘길 하는지, 음악은 이들의 만남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을 연구한다.”
당신은 책에서 “합리적 존재가 되려면 먼저 스스로 비합리적 존재란 걸 인정하라”고 했다. 일상 속 ‘비합리적 행동’의 예를 들자면.
“감정적 충동에서 비롯된 과식·과소비 등이 대표적이다. 때 맞춰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연기하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단기적 욕구와 욕망에 이끌려 비합리적 행동을 하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브렉시트, 트럼피즘 등 현안도 비합리적으로 볼 수 있나.
“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두 강아지를 각각 다른 방에 놨다. 첫 번째 강아지에겐 방의 불을 켜고 나서 전기 충격을 줬고, 두 번째 강아지에겐 전기 충격만을 줬다. 예고 없이 전기 충격이 가해진 두 번째 강아지에게 부정적 변화가 생겼다. 무기력증을 겪더니 자주 짖어대는 등 심각한 질환을 겪기 시작했다. 신체적 변화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정치는 예측 불가능하다. 중요한 건 우리가 (예측 불가능한 것에 대한) 통제력을 키우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투표를 하는 데 있어 유권자는 어떻게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최근 연구를 소개하겠다. 미국인 몇몇에게 캐나다 선거 출마자들의 얼굴만 보여준 채로 ‘믿음직스러운(trustworthy) 사람을 고르라’고 했다. 이들이 고른 사람과 실제 당선인을 비교했더니 매칭률이 97%에 달했다. 이는 유권자가 후보의 배경, 이념 등에 비해 외적인(superficial) 측면을 중시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약·정책 등) 정치인 정보를 신중히 알아가면 보다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궁금하다.
“몇 년 전 제자의 초대로 한국을 방문했다. 상호 존중을 중시하면서도 매우 위계적인(hierarchical) 사회란 느낌이 들었다. 술을 과하게 마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흥미로운 건 미국으로 유학 온 한국인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특징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어느새 이들의 정체성이 되었더라.”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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