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주·김진기씨 1문1답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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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8년만에 처음 입을 연「12·12 사태」의 또 한 당사자인 정병주전특전사령관·김진기전헌병감은 노태우·유학성 두사람의 설명과 주장이 사실과 달라 국민들에게 자신들이 아는 정확한 진상을 알리기 위해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밝혔다.
24일 상오7시50분쯤 전부관의 전화연락을 통해 기자회견을 요청해온 정전사령관과 김장군은 약속한 상오8시30분 정각 서린호텔3층 양식당에 나와 발표문을 낭독한뒤 기자들의 질문에 응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2·12사태를 한마디로 어떻게 정의할수 있나.
▲정=하극상이다. 다만 그 당시는 단위부대장으로서 상황을 몰랐었다. 그 후 진행되는것을 보면서 정치적의도가 있음을 알게됐다. 전반적인것은 모르지만….
▲김=군의 지휘계통과 단결을 무너뜨린 불미스런 불상사다. 진사람이 무슨 말을 하겠느냐마는….
-일부의 시각은 군부내의 권력투쟁으로 보고 정총장이 패퇴한 것으로 보는데.
▲김=그것은 옳은 시각이 아니다. 과거에는 계엄을 정치목적에서 한 예도 있었으나 당시는 10·26의 사후수습을 위한 것이었다.
권력의 진공상태에서 계엄사 간부들이 정치적 야심을 가졌다면 어떻게 했을지 다 알수있는것 아닌가.
당시의 시책을 보라.
우리는 오랫동안 강압정치에서 시달린 국민들의 고통을 덜기위해 질서유지에 기조를 두었다. 정치목적에 이용하지 않았다. 시대변혁기에 정치의 울타리가 되려던 육본은 패퇴했다. 그게 안타깝다. 차린 밥상도 못챙겼다는 말은 슬픈 일이다. 창고지기가 물건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못났다 하면 어떻게 하는가.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것인가.
▲정·김=유혈충돌을 막기 위해 어쩔수 있겠는가.(역시 물러설수밖에 없다는 표정을 고통스럽게 지었다) 다만 걱정은 그들이 누누이 변명하며 이를 정당화시키려드니 하나의 전례가 될까 걱정이다.
-정승화 참모총장의 정치군인 숙군건은 어떤 것인가.
▲정=그런 깊은 내용은 모른다. 총장의 혼자 구상일터이니…. 그때만의 얘기는 아니나 군의 정치 불개입은 압도적 다수라는 말을 해두고 싶다.
-당시상황을 설명해달라.
▲정=내가 물리적 이유로 부상을 입어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저녁은 총장의 유고로 윤성민 참모차장이 지휘했는데 나의 1개여단을 수경사령관 지휘하에 배속시키라는 작명에 따라 집행하려는 순간 총을 맞고 쓰러졌다. 비서실장의 죽음은 그후에 알았다.
▲김=연희동저녁에 초대됐다가 각자 부서에 돌아와 지휘를 했다. 적과의 전투라면 문제가 안되겠으나 같은 아군끼리 어떻게 하는가. 서울외곽에서 부대가 들어오는데 그것은 시가전을 의미한다. 특히 야간이라서 혼란된 내전의 상태가 될 위기였다.
▲정=사실 그 날(12월12일) 나도 예하 여단본부에서 연말 단외부대장회의를 소집해 저녁을 주관키로 돼있었다. 그런데 부관이 와서 합수본부장이 저녁을 하잔다고 하기에 오랜만이고 10·26후 궁금한 것도 많아 기꺼이 응낙했다. 갔더니 김진기헌병감·수경사령관·조홍대령 (수경사헌병단장)·보안사참모장 우국일장군 등이 있었다. 그러나 초청한 합수본부장은 없었다. 지금 와서보니 일부러 그랬구나 싶은데 우장군이 연락을 취하더니 다른데에 일이 있다며 먼저 들라고 했었다. 술잔을 막 들려는 참에 총장의 피랍사실을 들었다.
-지금 대통령선거전이 한창인데 이런때 회견을 하는게 무슨 뜻이 있나. 정당에 가입한다든가….
▲김=없다. 사실을 밝히자는것 뿐이다. 그저 군에 진 빚을 갚자는 것이고 할일을 못했다는 자괴심에서 하는것이다. 국민이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를 현명하게 생각하길 바라는 뜻도 있다. 또 새 시대를 이끌 정치가 어떤 것인가를 알리고 싶다. 우리는 30여년간을 군인으로만 살아와 정치를 모른다.
-두분이 비판한 노태우민정당층재가 대통령후보에 나서고 있는데….
▲김=군인은 지휘계통을 존중해야한다. 하급 부대에 문제가 있으면 지휘계통을 밟아 문제를 구신하고 해결해야한다. 그러나 12·12사태는 정상적인 절차·규율을 따르지 않았다. 노씨는 어떻게 군의 지휘계통을 확립해야할지 고민할 것이다.
정총장과 친한 사람들이 모여 사임권고를 하려했다는데 일반회사에서도 그런 방법으로는 못하는 것 아닌가. 회사간부들이 사장을 다른 곳으로 끌고 가서 어떻게 하려든다면 무엇이 되겠나.
▲정=그들이 앞으로 군을 어떻게 교육하고 지휘할 수 있나. 우리는 그런 발상과 행동방향에서 교훈을 찾아야한다.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정승화총장등과는 교류가 있나.
▲정·김=우리는 자괴하며 자숙해왔다. 우리가 모여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 그저 조용히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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