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사장, 세월호 보도 관련 담화문 발표 "살을 도려내서라도 시청자 신뢰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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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방송 화면]

[사진 SBS 방송 화면]

 SBS 박정훈 사장이 4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지난 2일 방송된 '해수부 세월호 인양 지연 의혹' 보도에 대해 "제작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 불행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지난 2일, 8뉴스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제목을 달고 함량 미달의 보도가 전파를 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확인 결과 기사내용의 부실함 뿐 아니라 이를 방송 전에 확인하고 검증해야 하는 게이트키핑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채 기사작성의 기본인 당사자들의 사실 확인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그간 우리 조직원들이 피땀 흘려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일 세월호 보도는 직접적으로는 세월호 유가족과 특정 대선 후보뿐 아니라,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그간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많은 노력을 해 온 보도 및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노력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불행한 사건"이라고도 표현했다.

박 사장은 "저널리스트의 손에는 늘 '양날의 칼'이 쥐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 칼은 사실에 입각해 아주 조심해서 사용해야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고 자신도 다치지 않는다"며 "절제되지 않은 권력과 언론은 그 자체로 폭력이라는 사실을 최근 우리 현대사를 통해 절감하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 저는 이 보도를 취재한 부서나 특정 개인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보도가 바로 우리의 현재이고 우리의 자화상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돌아볼 줄 알아야 미래의 발전이 있다"며 "다시는 이번 일과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조사 뿐 아니라 내부시스템을 혁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박 사장은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고라도 시청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다시 매진하자"며 "저를 포함한 SBS 가족 모두가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냉정하게 성찰하고 공동체의식으로 이 위기를 돌파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앞서 SBS는 지난 2일 메인뉴스인 '8뉴스'에서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에 미온적이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교체 가능성을 두고 태도를 바꿨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익명의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이것(세월호 인양)은 문재인 후보에게 갖다바치는 것이다. 문 후보가 약속했던 해수부 2차관과 관련있다"는 발언이 인용돼 논란이 됐다. 해수부 자체 조사 결과 해당 발언을 한 공무원은 해수부 7급 공무원으로 대기발령 조치됐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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