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된 문명 비판…풍요한 모성 동경|단막극 『실내극』 『어머니』 묶은 『도망중』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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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시적 이미지로 가득 찬 이색연극 『도망중』 (장정일작·윤광진연출)이 민중극단에 의해 공연중이다.
민중소극장에서 주말에만 막을 올리고 있는 이 작품은 『실내극』과 『어머니』두편의 단막극을 한데 묶은 옴니버스형식.
『실내극』은 도둑질을 해서만 생활을 영위하는 한 모자가 끊임없이 「감옥」을 동경한다는 줄거리이고, 『어머니』는 감옥속의 두 죄수가 끊임없이 바깥세상을 동경한다는 줄거리로 되어 있다.
작가 장정일씨는 「문명비판」을 주제로 한 많은 시를 써 올해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기도한 촉망받는 시인이지만 극작가로선 『실내극』과 『어머니』가 작품의 전부.
이 작품은 보통의 연극과는 달리 무척이나 「시적」이다.
『실내극』의 모자관계는 완전히 황폐화된 현대인들의 인간관계를 상징하고 있고, 『어머니』에 등장하는 두 죄수의 관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하복종관계에서 수평적인 남녀관계→숙명적인 모자관계를 맺게 된다.
작가는 이런 인간관계의 설정을 통해 『실내극』에서는 황폐화된 문명을 비판하고 『어머니』에서는 「풍요한 모성」을 동경하고 있다.
괴이하게 느껴지는 시적 이미지로 가득찬 이 작품은 관객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윤순홍·국미 두 연기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많은 것들을 「경험으로 쌓은 감」으로 관객에게 전달해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준다. 공연 문의 (312)9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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