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병원 가기 힘들어 … ” 즉석에서 “차량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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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아파도 혼자서 병원 가기 힘들어요.”

읍·면·동 찾아가는 복지 현장 #옛 주민센터, 복지허브로 변신 #이웃 활용하고 직접 발로 뛰어 #사각지대 찾아내 맞춤형 지원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소하1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신장장애 5급 아들 박모(62)씨를 돌보는 김모(86)씨가 가정 방문을 한 소하1동 행정복지센터 사회복지사 노윤정 주무관에게 하소연을 했다. 행정복지센터란 정부의 ‘읍·면·동 복지허브화’ 사업을 통해 개편된 주민센터의 새 이름이다. 노모 김씨의 월수입은 기초생활급여 20만원이 전부. 아들 박씨의 병원비와 약값에 월 60만원 이상 들어간다. 노 주무관은 모자의 애로사항을 꼼꼼히 듣고 기록한 뒤 “장애인이나 노약자의 이동을 돕는 ‘광명 희망차’와 도시락 무료 배달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알아보겠다”고 약속했다.

과거 동사무소 또는 주민센터가 행정복지센터로 이름이 바뀌면서 이곳의 기능이 복지 업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날 김씨 모자가 받은 복지 상담은 복지센터의 ‘찾아가는 복지’의 하나. 장현택 소하1동 동장은 “일제조사와 주민 제보를 통해 발굴한 복지 사각지대를 대상으로 하루 2가구 이상 방문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복지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이웃 관계를 기반으로 한 주민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민간단체 누리복지협의체 문명오 위원은 “누구 집에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아는 이웃들이 서로 정보를 모으면 행정기관이 모르는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광명시 복지정책과 최미현 팀장은 “어르신들 중에는 공무원들이 복지를 제공하겠다고 해도 부담스럽다고 꺼리는 분들이 계신데, 이웃이 직접 찾아가 설득하면 편하게 받아들이는 면이 있다”고 전했다.

남편과 이혼 후 자녀 3명을 혼자 키우고 있는 한모(41)씨는 소하1동 행정복지센터의 도움으로 ‘G드림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하루에 5000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아동급식 전자카드다. 복지센터는 G드림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편의점이나 가게 점주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실시했다. 점주들이 G드림카드를 사용하는 아동을 살피는 지역사회의 인적 안전망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한씨는 “가게 주인들이 좀 더 몸에 좋은 간식을 추천해 주거나 과일이 새로 나왔다고 챙겨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2017년 1분기까지 복지허브로 탈바꿈한 전국의 읍·면·동 주민센터는 총 1423곳. 투입된 공무원은 팀장급을 포함해 총 3762명이다. 사례관리사·방문간호사·직업상담사·법률상담사 등 다양한 인력이 추가 배치됐다. 지난해 허브화된 읍·면·동 중 33개 선도 지역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방문상담 건수가 전년 대비 45.9% 늘었고 통합 사례 관리는 322.6% 증가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올 연말까지 전국 3502개 읍·면·동의 64%인 2246곳을 복지허브로 전환할 계획이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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