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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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승화씨의 민주당 입당을 계기로「12·12사태」 는 선거의 중요 이슈로 등장하여 여야 사이에 열띤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다.
「12·12사태」는 우리 역사의 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역사문제」일뿐 아니라, 현재의 정치권력 향방이나 정치세력의 이해에 관계돼 있다는 점에서 미묘한 「정치문제」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아직 진상이나 성격이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다. 따라서 그것은 언제고 명쾌하게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5·16때는 관계 장교들이 무용담이라도 털어놓듯 적극적으로 진상을 설명하여 비교적 소상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12·12 사태는 8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국민들 사이에 궁금한 점이 많고 오해의 여지도 있었다.
마침 여당의 12· 12 관련자들이 민주당의 문제 제기에 호응하여 나름대로 진상을 설명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문제의 핵심은 당시 모임을 갖고 군대를 동원하여 수도에 배치하고 정씨를 체포한 일부 장교단의 행위를 어떻게 규정해야할지, 그리고 그것이 군의 통수 및 지휘체계 위반인지 여부에 집중돼 있다.
정치학에서는 쿠데타를 보통 『지배세력의 일부가 그 권력을 강화하거나 새로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같은 지배세력의 다른 일부에 대해 비합법적 무력수단으로 기습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12·12」 가 엄연한 쿠데타요, 반란이며, 일부 정치장교들의 하극상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해 민정당에서는 「구국의 일념」 에서 나온 행위로서 권력장악을 기도하지 않았다고 주장, 쿠데타나 반란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지휘체계 위반 여부에 대해 민주당은 정치장교들이 합법적인 사전 절차를 밟지 않고 근무지를 떠나서 권력장악을 기도했다면서 명백한 통수·지휘체계를 벗어났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정당은 위급한 상황에서의 구국행위로서 사후에 통수권자의 승인을 받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시비의 초점이 합법성에 모아지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 5·16때는 쿠데타세력이 「초법적 혁명행위」라고 스스로 시인함으로써 합법성 논쟁은 없고 정당성 시비만 있었다.
쿠데타가 비록 비합법적인 것이긴 하지만 정당성이. 있을 수는 있다. 따라서 사후에라도 국민의 지지만 받으면 쿠데타도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12· 12논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미 논쟁과 해명의 여지가 많은 부속문제들이 민정·민주양당에 의해 제기돼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진상이 말끔히 밝혀지고 건전한 논쟁도 진행되어 국민과 학계의 심판을 받는 것은 앞으로의 정치안정과 역사기술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논쟁과 시비는 어디까지나 토론과 비판의 정도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감정이 개입되고 논쟁이 과열되어 선거전략에 지나치게 휘말리면 오히려 진상해명이나 정치안정, 그리고 민주화에 유해하다는 것도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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