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목숨 걸은(?) 사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기를 끌면서 차별화된 사진을 올리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특별한 사진을 찍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하다 목숨을 잃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한 신문은 2015년 상어에게 물려 죽은 사람보다 셀카를 찍다 죽은 사람이 더 많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셀카 사고’를 다룬 기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제목이 있다. “목숨 걸은 사진” “사진에 목숨 걸은 사나이” 등처럼 ‘목숨 걸은 ~’ 하는 표현이다.

‘걸다’를 활용할 때 이처럼 ‘걸은’을 쓰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A에게 돈을 걸은 사람은 모두 나와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 법원이 제동을 걸은 첫 사례다” 등에서도 같은 표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걸은’은 잘못된 표현으로 모두 ‘건’으로 바꿔 써야 한다.

맞춤법에 따르면 어간의 끝소리가 ‘ㄹ’일 때 ‘ㄴ, ㄹ, ㅂ, 오, 시’ 앞에서 ‘ㄹ’이 탈락한다. ‘걸다’의 어간 ‘걸-’의 경우 끝소리가 ‘ㄹ’로 끝나므로 ‘걸+ㄴ’이 될 때엔 ‘ㄹ’이 탈락해 ‘건’이 된다 .

‘걸다’뿐 아니라 ‘절다’ ‘날다’ ‘늘다’ ‘내밀다’ 등을 활용할 때도 이런 잘못을 범하기 쉽다. “땀에 절은 옷” “날으는 철가방” “늘은 몸무게” “내밀은 손” 등이 모두 잘못 쓰인 예다. “땀에 전 옷” “나는 철가방” “는 몸무게” “내민 손”으로 고쳐야 바르다.

이는 발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으’를 넣어 말하기 때문에 생긴 잘못으로 보인다. 특히 관형어로 쓰일 때 이와 같이 잘못 쓰기 쉬우므로 유의해야 한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