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도 복고가 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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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유행을 타고 그래놀라 바가 각광받고 있다.  [사진 푸드 네트워크 캐나다 홈페이지]

복고유행을 타고 그래놀라 바가 각광받고 있다. [사진 푸드 네트워크 캐나다 홈페이지]

나팔청바지에 청키한 신발. 벽돌색 립스틱. 우스개소리로 버스 손잡이 만하다고 부르는 큼지막한 링 귀걸이. 요즘 거리를 나가면 패션이 돌고 돈다는 말이 실감 난다. 그야말로 복고(레트로)가 트렌드다. 그런데 레트로가 휩쓸고 있는 분야가 패션 말고 더 있다. 바로 요리다.

그래놀라 바가 인기인 이유

‘먹스타그램’이란 해쉬태그(#)가 만들어질 만큼 인스타그램은 음식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지금 여기서 가장 핫한 음식은 건강식이다. 아보카도나 각종 과일을 예쁘게 썰어 담은 플레이트. 아마란스와 치아씨드 등 씨앗으로 만든 그래놀라 바. 직접 담근 수제 피클. 병아리콩과 케일을 버무린 샐러드 볼.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이 음식들은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그런데 이 음식들이 복고라고?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건강 식단은 미국 1970년대 젊은 히피들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이었다. 60년대 미국 사회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과 흑인인권신장운동이 널리 퍼졌다. 그렇게 피어난 저항정신은 70년대 들어 기존 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부정으로 흘러갔다. 채식주의 요리사 데보라 매디슨은 그 시절 자신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부모의 식단과는 다르게 요리해 먹고 싶었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팬 케이크 믹스나 밀가루 같은 재료에 의존해 식사를 만들었고 우린 텔레비전 앞에서 저녁을 먹었죠. 나는 그보다는 자연에서 나는 재료로 배를 채우고 싶었어요."

히피들의 목표가 웰비잉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그다지 놀라울 것도 없다. 요가와 명상도 이미 당시에 유행했으니 말이다. 히피들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그래놀라 바다. 첨가물이나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은 견과류를 뭉친 날 것 그대로의 음식이 당시 평화와 환경을 외치는 젊은이들에겐 딱 맞는 음식이었다. ‘그래놀라’라는 단어 자체가 히피의 동의어로 진보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사람을 뜻할 정도다.


그리고 2017년 유행은 다시 돌아왔다. 그래놀라 바는 현재 미국 슈퍼마켓에서 약 20억 원대 시장이다. 아몬드 밀크와 코코넛 밀크도 마찬가지. 스타벅스를 비롯한 각종 카페에서는 추가 금액을 내면 보통 우유 대신 변경해서 마실 수 있다. 채식주의는 이렇게 트렌드 최전방을 달리고 있다. '샐러드의 황태자' 케일은 이제 간식 ‘케일칩’으로 맛볼 수 있다. 뉴욕에서 영원할 것만 같았던 스테이크 중심의 고급 레스토랑은 이제는 구식 취급을 받는다. 아보카도 토스트, 쿠스쿠스 샐러드, 타히니 로스티드 가지 같은 담백하고 심플한 메뉴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나섰다.

연어와 쿠스쿠스 샐러드. [사진 부스 홈페이지]

연어와 쿠스쿠스 샐러드. [사진 부스 홈페이지]

일각에선 건강식이 유행하는 이유가 단순한 유행을 뛰어넘는다고 분석한다. 셰프 게랄도 곤잘레스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을 원인으로 꼽았다. 사람들이 온라인에 더 많은 시간을 머물수록 자연에서 난 재료, 그리고 먹는 행위를 더 찾는다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자연주의 식단이 지금 가장 트렌디한 음식인 것은 분명하다. 70년대 미국 히피들이 그랬던 비롯된 것처럼 더 의식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려는 태도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자은 인턴기자 lee.jae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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