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최철한, 대마 잡기에 올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4강전 3국 하이라이트>
○ . 뤄시허 9단(중국) ● . 최철한 9단(한국)

쫓기던 적이 돌연히 반격해 온다. 공격군의 사상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전투는 갑자기 뭐가 뭔지 모를 혼돈 상태로 빠져든다. 애당초 공격 자체가 무리했거나 공격을 잘못했을 때 빚어지는 현상이다.

<장면1>=뤄시허(羅洗河) 9단이 둔 백?라는 강력한 반격 수에 최철한 9단은 193으로 후퇴한다. 순간 백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194부터 202까지 흑 대마를 끊고 조이며 맛 좋게 이익을 거둬들인다. 삼수갑산을 갈 때 가더라도 정말 기분 좋은 수순이 아닐 수 없다.

하나 이 흑 대마가 백 대마와 수상전으로 얽힌다는 생각은 좀체 떠올리기 힘들었다. 206으로 두 점을 잡았으나 이 대마는 어차피 살지 못한다. 흑도 완생은 아니지만 하도 멀리까지 뻗어 있어 수상전은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이다.

<장면2>=209로 파호해 백 대마는 일단 잡혔다. 흑도 가만히 보면 백? 두 점을 잡았다곤 하나 옥집이어서 두 집은 없다. 이리하여 수상전이 시작됐는데 그 과정에서 흑은 얻는 것이 없는 데 반해 백은 214, 216이 모두 선수여서 엄청난 이득을 올리고 있다. 좌변에서의 이득에 이어 상변을 빙 돌아간 이득까지 계산하면 줄잡아 20집은 넘을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217 부근의 흑집도 모두 부서졌으므로 흑의 피해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런 천재지변 속에서도 오직 위안이 있다면 백 대마는 외곽의 공배가 거의 없어 수가 몇 수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흑은 한눈에 척 봐도 뒷수가 길어 보인다. 즉 '대마 잡기'란 목표만 달성한다면 그동안의 고통은 다 잊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대마의 수상전은 어찌 되는 것일까.

검토실이 부산하게 수읽기에 들어갔다. 누군가의 입에서 "3패 아냐" 하는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3패라. 3패라면 '판 빅'이 된다는 얘기 아닌가.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