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도피 전직 의사, 끝내 쇠고랑

미주중앙

입력

보험사기로 기소를 앞둔 전직 의사가 죽은 것으로 위장해 14년간 도피 행각을 벌이다 결국 체포된 영화 같은 일이 벌어져 화제다.

240만 달러 보험사기 기소 피하려 사망 위장
러시아·이집트서 살다 적발·송환돼 실형선고

OC레지스터의 31일 보도에 따르면 뉴포트비치서 내과의사로 활동하던 티그란 스바지안(58)이 지난달 30일 기소회피를 위해 도주한 혐의로 29개월 징역형에 더해 4개월간 사회봉사를 포함한 1년의 보호관찰형을 선고받았다.

아르메니아 출신으로 미 시민권자가 된 스바지안은 지난 2002년 가짜 보험청구서를 이용해 메디캘 프로그램에서 240만 달러를 착복해 새크라멘토에서 연방의료사기 혐의로 기소될 처지에 놓였다. 그는 유죄를 인정함과 동시에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후 뉴포트비치에 아내와 자녀들을 남겨둔 채 러시아의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병든 어머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하지만 그해 10월 연방 당국은 스바지안이 러시아 방문 중 폐렴으로 사망했으며 시신은 화장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시바지안의 기소도 중단됐다.

이렇게 기소를 피한 스바지안은 이집트에서 10여 년간 거주하며 스쿠버 강사로 지내다가 지난해 여름 두번째 아이를 임신한 여자친구를 방문하기 위해 위조한 리투아니아 여권을 가지고 러시아로 출국을 시도하던 중 체포됐다.

도피 생활 14년 만에 미국으로 압송된 스바지안은 FBI 요원에게 러시아의 경찰이 200달러에 자신의 사망 위조를 도왔다고 밝혔다. 스바지안은 지난해 11월 최대 5년형을 받을 수 있는 도피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마이클 피츠제럴드 OC지방법원 판사는 선고 공판에서 "스바지안은 탐욕스럽고 이기적이었다. 의료보험사기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있었기 때문에 당시 재판이 열렸다면 5년형을 받았을 것이다. 그는 정부 메디캘 기금 240만 달러를 훔쳤고 스위스 은행에도 계좌가 있다"고 말했다.

스바지안의 변호사는 "스바지안이 보험사기죄를 저질렀다고 추정하는 것은 불공정하며 당시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도망친 것"이라고 항변했다. 스바지안도 "도피에 대해 사과한다. 나는 지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볼 시간이 없었다"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피츠제럴드 판사는 "스바지안은 매우 오랜 기간 도피했기 때문에 60개월형을 받을만 하다"고 일축했다.

연방당국은 스바지안이 죽었다고 판단해 사기 관련 증거를 모두 폐기했다. 검찰 측도 그를 의료사기 혐의로 다시 기소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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