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새는 바가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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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호 21면

Devil’s Advocate

악마의 대변인.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추대하려는 인물의 행적과 품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말한다. 논리학이나 정치학에서는 논의의 활성화와 집단사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트집꾼이라는 의미도 있다.


최근 베이징의 한 롯데마트 점포는 술 값 60위안을 498위안으로 고친 뒤 특별 할인해 60위안에 판다고 광고했다가 중국 당국에 적발됐다. 단둥점 등은 방화 통로를 확보하지 않거나 비상구 앞에 물건을 쌓아 놓았다가 영업이 정지됐다. 롯데는 “명절을 앞두고 10배 이상 정상가를 부풀려 할인율이 높은 것처럼 홍보하는 것이 중국 업계의 관례”라고 해명했다.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격을 부풀려 묶어 파는 ‘1+1 할인’ 꼼수 등을 적발해 대형마트 4사에 과징금을 물렸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이 도를 넘어선 것은 사실이다. 중국 내 롯데마트 99개 매장 가운데 55개가 영업정지를 당했다. 그렇지만 롯데에 정말 필요한 것은 분노와 동정만은 아닐 것이다. 관행인데 우리만 걸렸다는 변명보다는 철저하게 법을 지키고 소비자의 이득을 먼저 생각하는 친소비자적 모습을 보여주는 게 먼저다. 완벽하게 규정을 지키는 선진 유통업체라는 평판을 얻는다면 중국 당국의 보복?엄포가 종이호랑이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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