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 건강의 적'은 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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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설탕은 소금·백미와 함께 성인병을 일으키는 3백(三白) 식품의 하나로 꼽힌다. 자녀에게 초콜릿·사탕·청량 음료를 절대 사 먹지 말라고 가르치는 부모도 많다. 단맛 식품의 대표는 설탕이다. 모닝 커피에 넣는 각설탕·분말 설탕은 우리가 먹는 설탕의 극히 일부분이다. 대부분은 청량음료·분유·시리얼·캔디·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을 통해 얻는다. 과연 설탕은 건강의 적인가. 성인병 환자들이 단맛을 즐기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당(糖)에는 종류가 있다=설탕은 고순도(99.9%)의 당질(탄수화물) 식품이다. 주성분은 자당이다. 1g을 먹으면 4㎉(과당.포도당.당알코올도 마찬가지)의 열량을 얻는다. 하루 섭취 권장량은 1인당 50g이나 현재 우리 국민은 두 배인 100g쯤 먹는다.

단당류(당질의 최소 구성 단위)인 과당도 단맛을 낸다. 과당은 과일.과일주스에 들어 있는데 분말 설탕처럼 상품화된 것(결정 과당)도 있다. 스포츠 음료에 함유된 포도당, 꿀에 든 맥아당, 껌.아이스크림에 든 솔비톨.자일리톨.만니톨(통틀어 당알코올이라 부른다)도 단맛 성분이다. 이 밖에 단맛을 내는 식품으론 사카린.아스파탐 등 인공 감미료가 있다. 이들은 단맛의 세기가 설탕의 수백 배나 된다.

◆ 설탕에 대한 오해='비만을 유발한다' '혈당을 빠르게 높인다' '아이를 산만하고 부산하게 한다' '대장암을 일으킨다' 등 설탕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그러나 '설탕=건강의 적'이란 등식은 지나친 단순화다. 너무 많이 먹지 않는다면 충치 외엔 별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

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을 통한 열량 섭취량이 하루 전체 섭취 열량의 10%를 넘어선 안 된다고 권장한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설탕과 설탕 대체물을 매일 8~18찻숟갈(1찻숟갈은 약 4g) 이내로 먹어야 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설탕은 좋을 게 없는 식품이다. 그러나 설탕 자체가 인슐린 분비기관인 췌장을 파괴하지는 않으며, 당뇨병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빵.파스타.감자 등 복합 당질 식품보다 혈당을 특별히 더 올리는 것도 아니다. 이때문에 미국 당뇨병학회는 당뇨병 환자의 금지 식품 리스트에서 설탕을 제외시켰다. 설탕이 불안하면 단맛을 내는 대용 식품을 찾으면 된다.

심장병과의 관련설도 마찬가지다. 설탕은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올린다. 하지만 설탕의 장기.과다 섭취가 심장병 발생 위험을 특별히 더 높이지는 않는다. 대장암과의 관련설도 아직 증거가 부족하다.

어린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도 관계가 없다. 단것을 많이 먹으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짜증을 잘 낸다'는 속설은 오해다(관동대 명지병원 정신과 천근아 교수).

◆ 건강 챙기면서 단맛 즐기려면=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차봉연 교수는 "당뇨병 환자 음식은 과당.자일리톨.솔비톨 등 당지수(GI)가 낮은 천연 감미료나 아스파탐.사카린 등 인공 감미료로 단맛을 낼 것"을 권했다.

당뇨병 환자는 GI가 높은 식품은 피하고 되도록 GI가 낮은 식품을 골라 먹는 것이 좋다. 포도당의 GI는 100, 설탕은 65인데 비해 결정 과당.자일리톨은 각각 19, 8에 불과하다.

특히 결정 과당은 단맛이 설탕의 1.8배인 데다 혈당이 완만하게 올라 유럽에선 당뇨병 환자는 물론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게도 인기다.

◆ 충치는 조심해야=서울대 치과병원 이상훈 교수는 "입안에 들어간 설탕 등 당질이 구강 세균에 의해 이를 썩게 하는 산성 물질로 바뀐다"고 설명한다. 설탕은 구강 내 세균의 훌륭한 먹이가 된다. 설탕과 전분이 든 부드러운 쿠키나 케이크는 단단한 캔디.박하사탕보다 치아에 더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유.모유에도 당분이 들어 있으므로 아기가 밤에 젖을 문 채로 잠들게 해선 안 된다. 밤엔 우유 대신 보리차를 먹이는 게 좋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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