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수도권 땅값 "천정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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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최철주특파원】동경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토지거래 허가제 실시론이 대두되고 있다.
일본 국토청이 최근에 발표한 지가조사에 따르면 동경도의 택지가격은 지난 1년동안에 평균 93%나 폭등했으며 상업지역은 7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동경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된다는 긴자(은좌)나 신주쿠(신숙)의 일부지역은 1평(3.3㎡)에 무려 1억엔(약 5억5천만원)에 거래되었다. 손수건 1장 넓이의 땅값이 10만달러에 홋가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에서 땅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동경부근에 있는 요코하마(횡빈)시의 일부지역으로 2백89%를 나타냈으며 역시 수도권의 가와사키(천기)시의 일부 주택지도 1년사이에 3배 가까이 뛰었다. 동경에서는 더 이상 택지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부동산업자들이 동경위성도시에서 집중적인 투기붐을 일으키고 있다.
수도권의 지가광난은 만성적인 택지부족에서 빚어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화·정보화시대를 맞아 외국의 증권·보험 및 각종 정보관련기업이 몰려오고 지방에 있는 기업들도 동경에 사무실을 차려 빌딩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빌딩용지매각을 둘러싸고 몇 차례의 전매가 이루어지는 투기바람이 불어 땅값 폭등을 부채질했다. 상업지뿐만 아니라 주택지까지도 투기꾼들이 휩쓸어 서민들을 동경에서 몰아내고 있다는 샐러리맨들의 불만도 거세어졌다.
기업이나 개인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손쉽게 거액을 융자받을 수 있다는 것도 토지투기의 요인이 되고 있다. 작년에는 엔고 불황으로 수출이 더디어지고 내수마저 침체되어 놀고있는 돈들이 부동산투자로 몰렸다. 주요 기업들의 영업외 수익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토지투기 등 재테크(재산증식 기술)의 영향을 입은 것이다.
땅값 폭등으로 주택가격이 턱없이 올라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더욱 멀어졌으며 현 정부의 토지무책에 대한 비판도 가열되고 있다. 서민들은 토지거래 신고제 채택과 국·공유지 매각 동결, 가격규제 등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통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경제계에서는 사권의 침해가 가져올 갖가지 폐해를 우려하고 있다.
국토청은 1일부터 2년 이내에 토지를 전매하는 자에게 양도차익에 최고 96%의 세금을 물리는 중과세제도를 실시했으나 이같은 대증요법만으로 지가폭등세가 진정될 기미는 없다. 우선 「나카소네」 수상이 각 지방자치 단체장에게 토지거래 허가구역 등 이른바 감시구역을 지정하도록 지시하는 권한을 관계법에 명시하라는 국민의 소리도 높아지고 있으나 이러한 일련의 규제대책이 「나카소네」 정부가 지난 1년여 동안 세계에 약속한 내수확대정책과도 모순되기 때문에 이의 실시론에도 적지 않은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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