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은 「미래」내용은 「과거」|2천년대식 사랑은 이런것., 메시지 못 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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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장호감독은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 기획에서부터 소재·형식·표현에 이르기까지. 『바보선언』이 그랬고 『어우동』『이장호의 외인구단』 등이 그랬다.
그가 16번째로 만든 영화 『Y의 체험』 역시 이색적인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를 「미래파 영화」라고 단언한다.
우선 시대배경을 현재로부터 2000년까지의 미래로 설정했다. 의상·소도구 등은 모두 미래지향적으로 꾸몄다. 주인공들의 이름마저 X고 Y다.
그러나 기둥 줄거리는 지극히 과거 지향적인 멜러물이다. 포장은 「미래」지만 내용물은 「과거」인 셈이다.
멋장이 영화감독을 13년 동안 짝사랑하다 외롭게 죽어 가는 한 여성의 순원보를 담고있다.
여고생 X는 어느 날 옆집에 이사온 젊은 영화감독 Y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녀는 그를 「왕자님」으로 삼아 평생을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몇 년후 X는 끈질긴 접근 끝에 Y의 사랑을 얻어내지만 3일만에 Y는 훌쩍 떠나 버린다.
이후부터 X는 오로지 Y가 돌아올 날만 손꼽으며 주변의 모든 사랑을 거부한 채 외롭고 어렵게 살아간다.
그러나 5년 후 Y의 분신인 아들은 뇌종양으로 숨을 거두고 우연히 다시 만난 Y는 그녀를 알아보지도 못한 채 창녀로 취급한다.
X는 Y에게 지난 13년 동안의 기록을 긴 편지로 전하고 목숨을 끊는다.
이 감독은 이 줄기에 몇몇 희·비극적 에피소드를 엮어 넣으면서 재치있고 감각적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가 추구한「미래」는 부분적으로만 담겨 눈요기에 그칠 뿐 설득력을 잃었다. 2000년의 「미래형 포장마차」까지 등장하지만 다음은 다시 「현재」로 돌아오고 만다.
이따금 튀어나오는 희극도 재미있다기보다 흐름과 분위기만 산만하게 만든 결과가 됐다.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깊이 있는 공감을 주기에는 의욕과 새로움이 너무 앞서버린 느낌이다.
다만 10대부터 30대까지를 해낸 이보희와 감독역 이영하의 열연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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