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우드러프, 이라크서 취재하다 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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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국 ABC 방송의 메인 앵커인 밥 우드러프(43)가 이라크 현지 취재 도중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중상을 입었다고 ABC 방송이 29일 보도했다.

ABC방송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저녁 종합뉴스인 '월드 뉴스 투나잇' 앵커인 우드러프와 카메라 기자인 더그 보거트가 이날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19㎞ 떨어진 타지 인근 지역에서 이라크군 병사들과 함께 미군이 이라크군에 공여한 험비 차량을 타고 가다 폭탄 공격을 받았다. 우드러프와 보거트 기자는 다른 2명과 팀을 이뤄 현지에서 미 육군 4사단과 이라크 보안군의 합동 작전 취재를 하고 있었으며 차량 뒷부분에 선 채 행렬을 촬영하다 갑자기 터진 폭탄에 부상을 입었다고 ABC측은 밝혔다. 이들은 방탄복과 헬멧을 착용하고 있었으나 차량 출입구 쪽에 있는 바람에 파편을 맞아 상당히 큰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라크 군 병사 1명도 함께 부상했다.

우드러프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머리에 큰 상처를 입었으며 카메라 기자도 머리를 다쳤다. 두 사람은 이라크 주둔 미군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안정을 찾았으며, 곧바로 항공편으로 독일의 의료시설로 이송됐다고 데이비드 웨스틴 ABC 회장이 밝혔다.

ABC 방송의 한 프로듀서는 "우드러프는 현지에서 저항세력에 대한 보다 생생한 보도를 하려다가 자신이 사고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이라크 주재 CBS 특파원인 라라 로간은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후세인 정권 당시 무기고가 있었던 곳으로 위험지대"라고 말했다.

ABC 측은 우드러프와 보거트가 미군 장비보다 덜 안전하고 저항세력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라크 군을 직접 취재하기 위해 이라크 군용 차량을 이용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미군 당국은 폭탄이 터진 직후 일행이 서로 다른 세 방향에서 동시에 소화기 총격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ABC 방송은 "이로 미뤄 볼 때 이번 공격은 계획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저항세력이 어떤 무기로 이들이 타고 있던 차량을 공격했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작전에 동원된 차량에는 무선 신호를 파악하는 폭발물 감지장치가 달려 있는데도 울리지 않았던 것으로 미뤄 시한 폭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이 방송 뉴욕총국의 선임기자 출신인 우드러프는 지난해 6월 북한을 방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우드러프는 ABC의 간판 앵커인 피터 제닝스가 지난해 폐암으로 사망한 뒤 엘리자베스 바거스와 공동으로 '월드 뉴스 투나잇'을 진행해왔다. ABC는 보통 앵커 1명은 뉴욕 본부에 두고 다른 앵커 1명은 현장에서 리포트를 하는 형식으로 뉴스를 진행한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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