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청장 인사와 '최순실-우병우 커넥션'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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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찰청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국정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과 함께 4대 권력 기관장으로 꼽힌다. 민생 치안의 총수이며 국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15만 명의 경찰 인력을 최종적으로 지휘한다. 경찰청장 한 사람에 대한 인사는 17개 지방경찰청장 인사는 물론이고 경찰서장 등 경찰의 주요 간부 인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모든 정권이 비난과 논란을 무릅쓰고도 경찰청장에 ‘제 사람 심기’를 강행하는 이유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경찰청장의 인사까지 주무르려 했던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특검이 확보한 ‘우병우 민정수석 청탁용 인사 파일’에서 드러났다. 여기에는 경찰청장을 비롯해 우리은행장·KT&G 사장 후보의 인사 파일과 ‘민정수석실로 보내라’는 최씨의 자필이 적힌 포스트잇이 담겼다고 한다. 최씨가 수사기관의 최고위직 인선까지 쥐락펴락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이미 확인된 문화·스포츠계와 민간 기업의 인사 개입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문제의 파일은 지난해 7월쯤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확보한 것이다. 당시는 이철성 현 경찰청장의 임명 직전이다. 이 청장은 지난해 8월 24일 음주운전 논란 속에 취임했다. “이 경찰청장은 최씨가 꽂은 사람이다”고 했다는 장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성공한 청탁’이라는 말이 된다. 청탁 파일이 오간 관계에서 우 전 수석이 최씨의 존재를 몰랐다는 주장은 거짓말일 수 있다.

우 전 수석은 ‘최씨를 모른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경찰은 민심 동향, 수사와 사정(司正)에 이르기까지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기관이다. 청와대의 각종 정보가 ‘권력 서열 1위’였다는 최씨에게 넘어간 정황에 비춰볼 때 경찰청장 인사 개입에 영향력을 미쳤다면 경찰 정보도 흘러가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국가 공권력마저 농단한 충격적인 사건이다. 미수에 그친 실패한 로비일 수도 있다. 어제 우 전 수석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만큼 특검팀은 최순실-우병우 커넥션을 반드시 규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