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대학로 '접속' 붐

중앙일보

입력

TV와 스크린 스타들이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스타급 연예인들의 연극 무대 '접속'이 갈수록 광범위해지고 있다. 이른바 '부챗살 효과'로 불리는 이 같은 영역 넓히기 현상 덕분에 연극계는 모처럼 매진 행렬이 잇따르며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해 11~12월 연극 <비언소>에 출연했던 영화배우 류승범에 이어 4월 말 연극 <해일>로 연극 무대에 첫 출사표를 던진 영화배우 유지태, 지난 연말부터 공연 중인 코믹뮤지컬 <넌센스 잼보리>의 아나운서 출신 연기자 임성민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MBC TV <한지붕 세가족>에서 순돌이로 나왔던 탤런트 이건주도 지난 해 12월부터 <마술가게>에 출연, 관객 맞이에 분주하다. 지난 연말부터 대학로에서 최고 흥행을 기록중인 <마술가게>는 몇 년 전 한양 레퍼토리 출신 유오성이 주연했던 작품으로 <비언소>를 누르며 앙코르 공연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지난해 8월, 누드 열풍의 주인공이었던 미스코리아 출신 권민중이 창작 뮤지컬 <나에게 사랑은 없다>에 출연했고 탤런트 송채환은 연극 <서툰 사람들>에, 탤런트 김승현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현대화한 뮤지컬 <십이야>에 출연 중이다.

MBC TV 사극 <대장금>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탤런트 양미경도 16일부터 악극 <미워도 다시 한번>에 출연해 다시 한번 양미경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스타급 연예인들의 연극 출연이 줄을 잇는 것은 연극을 통해 연기력도 쌓고 배우로서의 이미지도 쇄신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TV 연기의 경우 쫓기듯 진행되는 촬영 스케줄 때문에 대다수 탤런트들은 연기에 대한 '갈증'을 겪기 마련. 감정에 몰입할 여유 없이 공산품 찍어내듯 촬영하다 보면 연극 무대의 진지함이 더욱 그리워진다는 설명이다.

또 관객들이 최근 들어 전통적인 '연극 연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호하면서 차별화됐던 연극연기와 드라마 영화 연기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도 이들이 선뜻 무대를 선택하는 이유다.

게다가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고 있는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 조재현 등이 연극배우 출신이라는 점도 어필하고 있다. 이들의 활약 덕분에 시청자와 관객들은 '연극 배우 출신의 연기는 믿을 만하다'는 신뢰를 갖게 됐다.

그러나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일부 연극 배우들은 "간혹 연예인들이 신성한 연극 무대를 단순한 연기 충전소쯤으로 여기는 그릇된 풍토가 있다"며 꼬집었다.

김범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