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이 있는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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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운보 김기창 화백의 자서전 『나의 사랑과 예술』을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7세 때 국민학교에 입학한지 사흘만에 교내 운동회에 나갔다가 열병을 얻어 자리에 눕는다. 장티푸스였던 모양이다.
오랜 투병을 보다 못한 외할머니가 귀여운 손자에게 지어다 준 인삼을 달여 먹고 고열에 시달리다 청각을 잃는다.
그는 어머니에게서 가 나 다 라 식으로 한글을 깨우치고, 15세 때는 『어린이』란 잡지에 동시가 당선된다. 그리고 이당문하에 들어가 오늘날 우리 한국화단의 거목이 된다.
『나는 평생 내 귀가 안들려서 답답하다든지, 열등의식을 가져본 기억이 없다. 나는 내가 듣지 못한다는 느낌마저 까마득히 잊을 정도로 담담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그에게도 한가지 여한은 있다.
『그렇게 사랑했던 아내 (우향박래신여사·76년 타계)의 목소리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다.』 얼마나 인간적인 모습인가.
신체의 부자유를 극복하고 정상인보다 더 높는 곳을 향해 걸어간 사람들은 허다하다.
1948년 런던 올림픽, 52년 헬싱키올림픽의 속사권총에서 2연승한 헝가리 출신의 「카롤리· 타카스」는 28세 때 안전사고로 오른손을 잃고도 왼손으로 두 번이나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 장애자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리크·핸슨」은 하반신 마비의 몸으로 휠체어에 의지, 장애자 마라톤에 19번이나 우승했다. 그는 작년에 장애자를 위한 1천만 달러 모금 캠페인으로 5대양 41개국 순방길에 우리나라에도 들러 부산∼임진각을 휠체어로 종단, 국내 장애자들에게 커다란 용기를 심어 주었다.
우리나라의 장애자수는 대략 1백만명으로 꼽는다. 그리고 그 아픔을 같이하는 가족까지 합치면 5백만명이 넘는다.
그장애자를 위한 체육대회가 19일부터 열린다. 올해가 7회째다. 더구나 이번 대회는 내년 서울장애자올림픽 (패럴림픽)의 성공결의대회를 겸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곳에 극복이 있어라』-대회표어다. 장애자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게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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