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위한 값비싼 수업료|김수길<경제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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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화」는 돈으로 쳐서 얼마나 값이 나갈까.
사람의 몸무게를 저울 아닌 자로 재자고 덤벼드는 터무니 없는 질문 같겠지만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볼때 위와같은 엉뚱한 발상도 모두들 한번쯤 곱씹어볼 때가 된것 같다.
오랜 세월동안 워낙 한쪽으로만 기울었던 체제에 처음으로 균형을 주기 위해서는 다른 목으로의 반동을 생략하기가 어려운게 자연 이치다.
평균대 위에서의 체조경기가 바로 그렇고 최근에 증폭되어 터져나오는 근로자들의 목소리들이 또한 그렇다.
그간 억눌렸던 목소리에 모두들 귀를 기울여야만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러나 소리를 지르고 귀를 기울이는 한풀이 같은 마당판은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제시할수 있어도 당장 마당판을 벗어나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돌아갈 때의 현실적인 방법까지를 가르쳐주지는 못한다.
노사분규 초기에 한국개발연구원이 내놓았던 부정적 시각의 시나리오가 그같은 마당판을 초장부터 그르칠까봐 탐탁치 않게 받아들여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8월의 무역수지흑자는 돌연히 뚝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또 정부는 임금인상을 손쉽게 제품값에 얹는 일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기회만 있으면 강조하지만 솔직이 비논리적인「엄포」에 지나지 않지, 물가상승은 앞으로 피할수 없이 물어야할 노사분규의 댓가다.
바로 민주화의 코스트들인 것이다.
반동이란 것도 어디까지나 균형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닐까. 그것이 지나치면 역반동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않아도 수혜로 물가가 오르고있고 통화량도 연말 18% 증가선을 지키기 어렵게되었다는 사실들은 우리가 찾으려는 균형을 잃지않기 위해선 모두가 주목해야할 것들이다.
민주화를 위한「수업료」는 어차피 경제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달에 몇억달러쯤 손해보는 무역수지흑자가 진정한 민주화를 위해서라면 별로 아까울것 없으며 그래봐야 올해 50억달러쯤의 혹자는 바라볼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할수도 있다.
그러나 그 수업료를 아깝지 않게 하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더이상 불필요한 수업료는 물지않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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