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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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부터 한미통상 관계를 보면 미국측이 해도 너무하고 한국측은 지나치게 양보한다는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보기 시작한 이후 미국이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기만해 한국은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지난해 여름 물질특허·저작권·특허권등 지적 소유권과 보험·담배시장 개방등 한미 통상문제 일괄타결때도 한국은 무리를 하며 단안을 내렸였다. 우리의 여건으로 보아 미국측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는데도 한미경제관계의 전향적 발전과 미국의 정치·경제적 여건등을 감안하여 우리는 미국측 요구를 거의 수용했었다. 우리의 사고는 미의회의 보호주의 분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양보를 하더라도 미국 정부의 입장을 살려주자는데까지 미쳤었다.
뿐만 아니라 상품시장의 조기개방·관세인하·환율절상·대미구매 노력등 우리가 계속 보인 대미 무역 혹자국으로서의 노력은 최상의 것이었다.
우리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우리에 관한한 계속 지나친 요구만 하고있다.
우리의 생명보험시장 개방문제가 좋은 예다. 국내 생보시장에 관해서는 올해들어 미국회사에 대하여 지점설치를 허용하고 합작은 불허하고 있는 형편인데 미국측은 계속 합작을 허용토록 압력을 넣고 있으며 만일 응하지 않으면 미통상법 301조를 걸어 보복관세 등을 발동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있다.
정부는 이미 일본이 보복을 당한것처럼 우리의 주종 수출상품에 대해서 1백% 보복관세를 당하는것보다 미국보험회사와 국내기업간에 합작을 허용하려는 모양이다.
국내 생보업계가 가만히 있을리 없다. 업계는 생보시장 개방은 선진국에서도 대외개방의 마지막 단계에 허용했으며 많은 국가들이 지점을 설치한후 3년이 지나서야 합작회사를 허용하고 있는 점을들어 합작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우리 생보시장은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크다. 년간 수입 보험료 규모가 5조5천5백억원(약 68억달러)정도로 전세계 보험시장 규모면에서 7, 8위쯤 된다. 금액으로 따져 별것 아니지만 시장순위에서 결코 뒤지지 않아 미국 보험회사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정부가 해도 너무한 것이 한국이 민주화과정에서 정치적 갈등과 노사분규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울때 생보시장 개방을 들어 보복운운하고 있는 점이다.
우리가 미국입장을 다각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과는 좋은 대조가 된다.
우리 정부도 이제 합작을 허용하게되면 정책의 일관성에서 문제가 많다. 국내 생보시장이 그리 크지않고 과당경쟁등 부작용을 막기위해 대내 개방을 계속 억제하여 국내 회사의 신규 참여까지 불허하고 있는데 하루아침에 대외개방으로 급선회하게되면 보험정책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선대내 개방, 후대외 개방이 순서이나 역순이 되고마는 것이다.
미국 회사들이 합작을 기다리며 줄서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내 생보 시장은 이제 국제화시대를 맞게 되었다. 외국 유수보험회사와의 합작회사가 자금력, 새로운 경영기법등을 무기로 일으킬「새바람」에 동요되지 않으려면 기존 국내 생보업계도 새 상품개발은 물론 품질좋은 서비스등 경쟁력강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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