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항 1주일째 개점휴업… 개항식 때 배는 '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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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신항 야적장 인근 주차장에서 컨테이너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일감을 기다리고 있다.

화물을 배에 싣고 내리는 장비인 안벽 크레인도 일이 없어 썰렁하게 서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동북아 허브항을 목표로 19일 문을 연 부산의 신항에 1주일째 배가 들어오지 않는다. 화물 유치가 안 된 데다 배후 도로망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개항한 탓이다. 해양수산부와 부두 운영회사 등이 뒤늦게 화물 유치에 나섰지만 아직 부두 이용을 계약한 선박회사가 한 곳도 없다.

25일 오전 신항 부두. 한 척의 배도 없어 썰렁하다. 시간당 작업능력이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는 7기의 안벽크레인(하역장비)은 가동을 하지 못한 채 허수아비처럼 서 있다. 야적장엔 일감을 기다리는 트레일러 20여 대가 줄지어 서 있다. 부두 관계자는 "19일 개항식 때 신항에 접안해 화물을 내린 쿠웨이트 선사 UASC 선박 두 척과 한진해운 선박 한 척은 정식으로 계약하지 않고 부두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선박 없는 개항식을 피하기 위해 '동원'했던 셈이다.

신항 운영회사인 부산신항만㈜은 "외국 선박회사 두세 곳과 신항 이용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언제부터 배가 입항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신항만은 이용 선박을 유치한 상태에서 문을 여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일정 기간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신항은 이용 선박회사도 확보하지 않은 채 개항했다.

신항에 왜 배가 들어오지 않을까. 항만 전문가들은 배후도로 등 항만 지원 인프라가 열악하고 부두 이용료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배후 수송망 중 신항~남해고속도 가락IC만 지난해 말 개통됐을 뿐이다. 남해고속도 가락IC~대구부산고속도 초정IC간 배후도로, 신항~경전선 한림정역~낙동강역으로 이어지는 철도, 신항~북항 도로 등은 예산 부족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현재 신항에서 하역되는 화물이 북항에 가려면 35㎞ 정도의 도심을 통과해야 한다.

화물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도 미흡하다. 입항료는 기존의 북항과 같으며, 선박 접안을 안내하는 비용(도선료)은 북항보다 비싸다. '졸속 개항'이라는 비난이 일자 해양수산부는 입항료 등 항만 비용을 중국 상하이(上海)의 양산항보다 낮게 책정키로 하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신항의 다목적 부두를 환적화물 전용부두로 지정, 환적 비용을 대폭 할인키로 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현재 2~3곳의 국제규모 선박회사와 정기 기항계약이 성사단계에 있어 2월 이후 신항 이용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진권.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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