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페미니즘 영화 기수 샹탈 아커만 회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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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흔히 예술영화는 어렵고 지루하다고 말한다. 대중의 입맛에 맞추지 않고 자기만의 작품을 고집하는 작가주의 경향 때문이다. 그래서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은은하고 깊은 맛을 내는 묘한 매력이 있다.

벨기에 출신 예술영화 감독 샹탈 아커만(46)의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다음달 3일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시네마(옛 허리우드극장)에서 열리는 '샹탈 아커만 회고전'이다.

아커만은 국내에선 낯설지만 유럽 영화계에선 '페미니즘 영화의 어머니'라고 불릴 정도로 비중이 있다. 1997년 '카우치 인 뉴욕'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됐으며, 2001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대표작을 모아 상영하는 회고전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갇힌 여인'(2000년)이 국내 개봉됐다.

아커만의 작품에선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여성 등 소수자의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머릿속에 맴도는 무의식이 움직이는 대로 화면이 따라가는 '무의식의 흐름'도 특징이다. 때문에 그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폴란드계 유대인 이민자의 딸이라는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유대인의 민족 정체성도 이야기('미국 이야기', 88년)한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초기작인 '나, 너, 그, 그녀'(74년)에서 비교적 최근 작인 '이사소동'(2004년)까지 12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10일에는 아커만의 영화세계를 논의하는 영화평론가 김성욱.김연호씨의 대담도 마련돼 있다. 다만 '카우치…'는 상영작에서 빠졌다. 사진은 '밤과 낮'(91년)의 한 장면. 자세한 상영 시간표는 인터넷 홈페이지(www.cinematheque.seoul.kr) 참조.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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