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청약시장] 손 놓은 수도권 손 바쁜 지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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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수도권은 기고, 지방은 날고…'. 새해 아파트 청약시장의 두 모습이다. 서울과 수도권에선 3월 판교 청약을 앞두고 통장을 아끼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청약 경쟁률이 뚝 떨어졌다. 대신 판교 청약에 영향을 받지 않는 '무순위(순위 밖)'에만 청약자가 몰린다. 아예 분양 일정을 3월 말 이후로 늦추는 업체도 많다. 판교 분양 전에는 분양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반면 지방 청약시장은 혁신.기업도시 호재에 힘입어 훈풍이 분다.

최근 지방에서 분양된 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 투자자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들은 낮은 계약률로 고전하고 있다.

판교 뒷바람 노려 분양 연기=2~3월 분양 예정인 화성 향남(5345가구).성남 도촌 택지지구(408가구)의 청약 일정이 4월로 미뤄졌다.

향남지구 분양업체 관계자는 "판교보다 먼저 분양할 경우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판교 주변 용인 일대 민간택지도 분양 시기를 늦추고 있다.

용인 성복.수지 등에서 3개 단지 1400여 가구를 공급할 예정인 GS건설은 판교 청약 이후로 분양 일정을 잡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판교 청약에서 떨어진 수요자가 주변으로 몰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판교 뒷바람 효과를 노리겠다는 얘기다. 따라서 판교 분양 이전까지는 수도권에서 공급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주택업계는 내다본다.

"통장 아끼자"무순위 청약 인기=순위 내(1~3순위)에 청약해 당첨되면 판교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선 당첨 뒤 5년간 1순위가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판교 청약을 염두에 둔 수요자가 이런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무순위(4순위)에 몰리고 있다. 17~19일 화성 봉담에서 분양된 임광 그대가 2차(1036가구)의 경우 순위 내 청약 경쟁률은 평균 1 대 1에 머물렀지만 무순위 청약에 700여 명이 몰렸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일부 업체가 순위 내 청약은 요식 절차로 넘기고 무순위 청약에 주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7~18일 청약을 받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신안 인스빌(212가구) 역시 경쟁률이 1 대 1에 못 미쳤지만 무순위 청약자는 100명에 육박한다. 신안종건 김성용 부장은 "무순위 청약을 한 사람 가운데 무주택.1순위 통장 소유자가 80% 이상 된다"고 말했다.

지방은 혁신도시 재료=기업·혁신도시 재료가 부각된 경북 구미, 경남 진주, 강원도 원주 등지에서는 온기가 돈다. 에이원 건설이 11~12일 진주시 문산읍 삼곡리에서 파란채 아파트(351가구) 청약 신청을 받은 결과 최고 1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평형 순위 내에서 마감됐다.

이 회사 최상열 분양실장은 "단지가 경남 혁신도시 예정지(106만 평) 바로 옆인 데다 분양권 전매 제한을 받지 않아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가좌 2지구에서 나온 제일풍경채 역시 16일 청약 첫날 1~2순위에서 모집 가구 수를 모두 채웠다. 현진이 구미시 옥계동에서 분양한 현진에버빌 엠파이어(1378가구)도 3순위까지 평균 2.7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청약이 인기를 끌면서 분양권 거래를 하기 위해 일부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까지 몰렸다. 이 아파트는 김천 혁신도시에서 승용차로 20분거리다.

풍화산업개발 장붕익 사장은 "지방에선 중대형 공급이 많지 않았던 데다 국지적인 호재가 겹쳐 활기를 띠고 있다"며 "당분간 수도권과 지방 청약시장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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