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 사흘째…경관도 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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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울산=노사분규특별취재반】임금협상 결렬로 총파업에 들어간 현대중공업근로자 2만여명은 3일하오 회사본관에 난입, 집기·유리창을 부수고 회사차량 3대를 불태운데 이어 4일 상오 1만여명이 회사 운동장에 다시 집결, 경찰관 1명을 한때 납치하는 등 3일째 과격한 시위농성을 벌이고 있다.
근로자들은 회사운동장과 중공업 앞 도로 등을 점거,「임금인상」과「연행자석방」등의 구호를 외치고 가두진출을 노리고 있다.
근로자들은 상오9시50분 크레인을 동원, 정문에 철판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모래를 뿌리는 샌딩머신을 끌고 나봤으나 상오 10시30분쯤 경찰이 최루탄을 쏴 근로자들이 피신한 사이 샌딩머신을 부숴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경찰은 근로자들이 점거를 기도한 다이어먼드호텔 주변에 전경 10개중대 1천5백명, 효문로터리에 1천5백명 등 40개중대 6천여명을 현대중공업주변과 시내에 배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관납치=상오 8시25분쯤 회사정문 앞에서 근로자.1명을 연행하려던 40대 경찰관 1명이 근로자들에게 회사안으로 끌려 들어갔으나 최루탄을 발사하며 회사안 10m까지 진입한 경찰에 의해 구출됐다.
이 경찰관은 정문입구에서 있다가 농성을 선동하는 근로자 l명을 연행하려다 다른 근로자들에 의해 회사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경찰관이 끌려 들어간 직후 확성기를 통해 『20분이내에 경찰관을 석방하지 않을 경우 회사안으로 진입하겠다』고 경고한 뒤 8시45분쯤 전경 2백명을 투입, 사과탄 20여발을 던지며 정문앞 10m까지 들어가 경찰관을 구출한 뒤 권혁렬씨(37) 등 근로자 2명을 연행했다.
◇파괴·방화=근로자들은 3일 하오3시쯤 공설운동장에서 현대중공업으로 돌아와 농성을 벌이다 흥분한 수십명의 근로자들이 본관 5층건물안으로 난입, 잠긴 사무실문을 부순 뒤 방마다 돌아가며 집기를 부수고 유리창 5백여장을 깨는 등 1시간30분 동안 난동을 부렸다.
근로자들은 1층 총무부의 서류일부를 밖으로 내던지고 운동장으로 갖고 나와 불태웠으며 원가관리부의 퍼스널 컴퓨터 10대를 부수고 5층 회장실로 몰러가 책상·의자 등을 부쉈다.
이 와중에 본관3층 통신실이 박살나 교환전화가 4일 상오까지 불통됐다.
또 근로자 1천여명은 같은 시간에 현대중공업 앞에 있는 다이어먼드호텔을 점거하기 위해 돌을 던지며3차례 접근했으나 경찰이 최루탄 20여발을 발사, 20분간 투석전을 벌였다.
근로자들은 난동·시위 후 다시 운동장에 집결, 농성을 벌이다 하오7시 자진 해산했다.
◇외부인적발=3일 하오4시40분쯤 회사경비원 20여명이 본관 안에 들어가 사무실 기물과 유리창을 부수던 이강록(24·현대중전기직원) 최봉권(25·현대종합목재직원)·임만석(23·무직·경남울주군)씨 등 8명을 붙잡았다.
집행부는 이들을 포승줄로 묶어 근로자 1만여명이 농성중인 종합운동장으로 끌고 가 단상에 꿇어앉혀 놨다가 5명은 풀어주고 이씨 등 3명은 경찰에 넘겼다.
◇차량시위=근로자들은 이에 앞서 3일 하오2시20분쯤 공설운동장을 떠나 이날 새벽 교통사고로 숨진 채태창씨(41)의 영구차를 오토바이 5백여대로 호위해 앞세운 채 현대중공업까지 10km구간에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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