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보다 많은 월봉에 훈장도|페루의 영웅 박만복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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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만복 박」. 그는 분명 한국인이지만 한국에서보다는 오히려 페루에서 더욱 유명하다.
페루 주니어여자배구팀을 이끌고 제4회 세계청소년여자선수권대회에 출전중인 박만복(박만복· 50)씨. 「페루배구의 대부」 「외국인 애국자」로 불릴 만큼 페루에서 그의 명성은 대단하다.
폐루를 방문하는 한국인에게 리마의 택시기사들은 한결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만복 박」을 아느냐』고. 택시를 타도, 식당에 가도 심지어 시골의 광산촌 어린이들에게도 한국인 박만복씨는 널리 알려져 있다.
편지주소란에 「페루 박만복」이라고만 적어도 박씨에게 틀림없이 배달된다. 한국 배구팀이 페루에 전지훈련때 VIP대우를 받는 것도 모두 박만복씨 덕택이다.
리마의 골프장에 가면 박씨 (핸디8)는 어디서나 무료로 대접을 받는다. 로스잉까골프장은 그에게 평생회원권을 주기도 했다.
그가 페루에서 이처럼 두터운 신망과 명성을 얻게된 것은 무명의 페루배구를 세계정상급으로 올려 놓았기때문. 페루여자배구는 80년 모스크바, 84년 LA올림픽에서 연거푸 4위에 올랐고 82년 페루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 86년 체코 세계선수권대회 3위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했다.
그래서 그는 페루배구의 영웅으로 존경받고 있다.
박씨가 페루에 간것은 지난 74년. 당시 이낙선(이낙선) 배구협회장의 추천으로 월봉1천2백달러를 받고 페루여자대표팀을 맡게된 것. 『2년간은 언어장애로 험난하고 힘든 생활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인의 긍지를 갖고 타고난 페루의 체력과 힘에 한국의 기술을 접목시켰습니다.』 박씨는 페루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공적을 인정받아 페루정부로부터 체육훈장 은장 (78년)과 체육훈장 지휘장 (82년) 등 2개의 훈장까지 받았다.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의 영광이다.
82년 페루세계선수권대회의 감격을 그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있다. 최강 미국을 3-0으로 꺾고 페루가 결승에 오르자 그는 「벨라운데」 대통령의 부름을 받았다. 대통령집무실을 찾아간 박씨에게 『잘 싸워서 고맙습니다. 당신이 바로 페루의 애국자입니다』라는 대통령의 칭찬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페루에서 배구의 인기는 실로 대단하다. 인기스포츠는 축구였으나 축구가 올림픽예선도 통과하지 못하는 부진속에 배구붐이 페루전국에서 일어났고 배구국제경기가 있는 날이면 TV시청률이 단연 압도적이다.
페루는 이번 한국대회에도 중계반을 파견, 전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을 정도. 박씨의 현재 월봉은 장관보다 많은 3천달러. 그러나 이같은 높은 월봉보다는 한국인 박만복씨가 페루에서 누리고있는 명성을 그는 더욱 소중하게 여긴다.
박씨의 3남1녀 자녀들도 모두 「두뇌한국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장남 재형(재형· 26)은 경찰병원외과의사이고 2남 기형(기형·24)과 이번에 아버지를 따라 귀국한 장녀 혜진 (혜진· 20)양은 사립명문인 가톨릭대에서 수학과 스페인어강사, 막내인 익형 (익형· 18)은 가톨릭공대 산업공학과 2년생이다.<조이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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