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틈탄 간첩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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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안보와 민주화는 지금의 우리에겐 취사선택의 여지가 없는 공동과제다. 안보가 확고치 않으면 민주화는 의미가 없다. 민주화없는 안보도 마찬가지다. 안보를 위해 민주화를 포기하거나 유보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러나 두 마리의 토끼를 함께 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민주화 과정엔 혼란과 분열이 따른다. 이것은 분명히 안보를 위해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정부와 국민이 민주화 열기속에서 우려해온 것이 바로 이 문제였다.
더구나 북한은 우리가 정치적 진통을 겪을때 마다 갖가지 공작으로 우리에 대해 침투와 전복을 기도해 왔다. 해방전후와 4·119및 10·26직후 그어느때나 마찬가지였다.
이번 민주화 과정에도 북한은 그 마수를 드러냈다. 안기부·보안사의 공동발표에 의하면 평양은 일본에 있는 공작대를 통해 우리 운동권 출신 청년을 교육시켜 재야 정치세력 침투를 기도했다.
검거된 장의균이 부여받은 임무는 민주화세력의 정치권에 침투하여 반정부세력을 규합, 국민연합기구를 만들어 통일 전선을 결성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통해 재야의 반정부세력을 정치세력화하여 제도권 정치에 침투시키고 보수 야당안에 정치적 교두보를 마련하여 진보적 주장을 개진하는 한편 혁명의 전위로 지하단체 민족민주전선 (NDF) 을 결성하러 했다.
이 목표를 수행키 위해 장의균은 민추협부의장이었던 예춘호씨등 많은 재야 중진들을 만나 반정부 민주화 국민연합기구 설립을 주장하기도 했다.
장의균이 사회 운동을 주도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의 암약이 없었더라도 민주화운동은 계속됐고 국민운동본부와 같은 민주화국민연합기구가 탄생했을 것은 틀림없다. 또 민주화운동이나 국민운동본부에 장의균의 영향력에 의해 어떤 변화가 있었으리라고 믿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민주화는 반정부적 성격이 전제된다는 점에서 상대세력이 침투될 가능성은 항상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화를 추진함에는 정체불명의 외부세력을 철저히 봉쇄해야 한다.
지금 북의 침투전략은 과거와 같은 직접 침투나 불법적인 방식을 포기하고 남한시민이나 정당하게 입국할 수 있는 외국인을 이용하고 있다. 공작행위도 우리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고도의 주의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저들의 침투를 예방하기 어렵게 돼있다. 따라서 간첩과 오열의 민주화 침투를 막기 위해서는 당국과 당사자 및 재야관계 단체들이 협동노력을 펴야 한다.
더구나 민주화 단체들은 반정부와 친공내지 좌경과의 한계를 분명히 긋고 행동노선을 만천하에 공명하게 밝혀야 한다.
국민들은 민주화를 놓칠수 없는 토끼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공산당에 이익을 주거나 자칫 좌경화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금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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