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텅 빈 부지 흉물 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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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학 이전 홍역 현장 가보니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들어설 경기도 시흥의 배곧신도시 예정부지 전경. 왼쪽 원 안은 서울대 캠퍼스, 오른쪽은 서울대병원 부지. 이전이 지연되면서 부지가 흉하게 보여 주민의 불만을 사고 있다. [사진 시흥시]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들어설 경기도 시흥의 배곧신도시 예정부지 전경. 왼쪽 원 안은 서울대 캠퍼스, 오른쪽은 서울대병원 부지. 이전이 지연되면서 부지가 흉하게 보여 주민의 불만을 사고 있다. [사진 시흥시]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앞다퉈 수도권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제2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연구단지와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 등을 위해서다. 기존 서울 캠퍼스는 부지가 협소하고, 주변 땅값이 비싸다 보ㅁ니 수도권에 캠퍼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도 환영이다.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고, 도시의 지명도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도 지역 개발과 부동산 가치 상승 등을 기대하며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학의 내부 사정 등으로 인해 이전 추진이 무산되거나 장기간 표류하는 현상이 빚어지면서 애꿎은 지역 주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서강대 남양주캠퍼스 무산과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 지연 현장을 살펴봤다.

국제캠퍼스 건립 학생 반대로 표류
부지 주변 아파트·상가만 공사 한창
유치 무산땐 부동산 공급과잉 우려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의 서울대 국제캠퍼스 신축부지. 앞쪽 멀리 인천 송도 신도시 초고층 건물들이 보이고 좌우 측에는 아파트·주상복합 건설공사가 한창이었다. 국제캠퍼스 부지는 조용했다. 4m 높이의 펜스가 설치돼 있어 안쪽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신축부지’라는 글자가 그나마 이곳이 어떤 용도라는 걸 알려준다. 주민 김정혜(58·여)씨는 “서울대가 온다기에 분양받은 사람이 상당수”라며 “아파트는 계속 들어서는데 서울대는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 국제캠퍼스 조성이 지지부진하다. 서울대 학생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0월부터 9일까지 123일째 본관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연대 송도캠퍼스처럼 우리도 시흥캠퍼스에서 상당기간 지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서울대는 이곳에 강의실과 도서관·기숙사·대학병원(500병상) 등을 지을 계획이다. 내년 3월 강의실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배곧신도시 전체 490만㎡ 중 서울대 부지는 66만㎡다. 캠퍼스 조성에는 부지매입비를 포함해 총 6700억원이 투입된다. 서울대는 지난해 8월 시흥시와 부지매입 계약 등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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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계약이 이뤄지면서 주변 부동산 가격은 들썩이고 있다. 배곧신도시의 아파트·상가는 100% 분양됐다. 아파트 분양가는 바로 옆 시흥 정왕동 아파트보다 3.3㎡(1평)당 100만~200만원 높다. 지난해 서울대와 시흥시 계약 소식이 알려지면서 평당 100만~200만원이 더 올랐다. 정왕동 시화병원상권도 덩달아 뛰었다. 평당 1000만원이던 것이 지난해 말 2000만원까지 뛴 곳도 있다.

혹시라도 서울대 캠퍼스가 무산되면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개업소 대표 김모(56)씨는 “신도시에 조성된 오피스텔만 1000세대에 이르는데 서울대가 들어오지 않으면 상당수가 텅 빌 것”이라며 "아파트값도 서울대 때문에 오른 측면이 있는데 캠퍼스 조성이 안되면 가격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윤식 시흥시장은 “우리 시 입장에서는 협약 대로 잘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한규섭 서울대 대외협력부처장은 “시흥캠퍼스는 10년 전부터 진행된 사안으로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학생들의 우려는 내부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류호경(49) 배곧신도시 입주민대표 회장은 “서울대 캠퍼스 조성 등 시흥시가 교육도시를 표방해 입주했기 때문에 시흥시와 서울대, 서울대 학생들과 원만히 잘 해결되길 바란다”면서도 “만약 서울대 조성이 무산되면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흥=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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