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12연승… 나홀로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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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들을 막을 순 없었다'.

삼성생명이 누구도 밟지 못했던 단일시즌 12연승의 고지에 우뚝 올라섰다. 여자프로농구 사상 단일리그 최다 연승이었던 11연승(2000년 여름리그.신세계) 기록을 깬 것이다.

삼성생명은 7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벌어진 여름리그 원정경기에서 박정은(22득점.12리바운드.6어시스트)과 이미선(21득점.7리바운드)의 맹활약에 힘입어 우리은행을 79-66으로 꺾었다. 개막 후 단 한차례도 지지 않고 12연승을 달렸으며 지난 겨울리그 챔피언 우리은행은 '기록의 제물'이 됐다.

포석은 막상막하였다. 오른쪽 발목을 다친 삼성생명의 외국인선수 바우터스는 선발에서 빠졌다. 반면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삼성생명에서 뛰었던 특급 외국인 선수 겐트를 투입했다. '국가대표 4인방'을 앞세운 삼성생명은 '속도전'을, 높이에서 한수 위인 우리은행은 '공중전'으로 맞붙었다.

삼성생명은 초반에 애를 먹었다. 이종애(12득점.8리바운드)-겐트(26득점.21리바운드)-홍현희(7득점)의 '삼각 타워'에 막혀 외곽을 맴돌았다. 림을 퉁기고 나오는 공도 겐트에게 빼앗기기 일쑤였다.

돌파구가 필요할 때 박정은이 '해결사'를 자처했다. 박정은은 '투지'로 리바운드를 걷어냈다. 우리은행이 숨가쁘게 추격할 때는 3점포를 펑펑 쏘아대며 활로를 텄다. 일단 길이 트이자 삼성생명의 공격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이미선은 우리은행의 장대숲 속에서도 재치있는 위치 선정으로 리바운드를 7개나 낚아챘다.

삼성생명은 '한발짝'으로 승부를 갈랐다. 한발짝 더 빨리, 한발짝 더 많이 움직였다. 난공불락 같았던 우리은행의 높은 성벽도 삼성생명의 움직임에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우리은행은 4쿼터 초반 55-57, 2점차까지 쫓아갔으나 변연하의 골밑슛과 박정은의 3점포가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삼성생명 박인규 감독은 "스피드를 앞세워 강하게 몰아친 것이 승부를 갈랐다"며 "더욱 빠른 농구로 연승기록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춘천=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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