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전 설비업체 '웨스팅하우스' 일본 도시바에 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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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영 기업인 영국핵연료공사(BNFL)가 소유하고 있는 웨스팅하우스가 일본의 도시바(東芝)로 넘어간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인수 가격은 당초 예상액(25억 달러)의 두 배인 50억 달러에 달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핵 발전소 설계와 원자로 제작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웨스팅하우스는 1998년 모기업이었던 미국의 CBS방송이 영국의 BNFL에 12억 달러를 받고 팔았다. 8년 만에 다시 주인이 바뀌는 것이다.

BNFL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웨스팅하우스 매각을 추진해 왔다. 입찰에는 도시바 외에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과 일본의 히타치(日立),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등이 뛰어들어 치열한 각축을 벌였다. BNFL 이사회는 26일 회의를 열어 도시바로의 매각을 공식 승인할 예정이다. 일본 언론들은 "원유가 급등으로 인해 원자력 발전에 다시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인수 경쟁마저 가열돼 가격이 이렇게 치솟았다"며 "도시바가 앞으로 웨스팅하우스의 방식과 같은 가압수형(加壓水型) 원자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 등에서 높은 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국에선 다시 원전 건설 붐=고유가 시대를 맞아 미국에서 10년 만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 붐이 일고 있다.

22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현재 3개의 컨소시엄이 동남부에 14개의 원전을 새로 짓기 위해 당국에 건설 허가를 신청 중이라고 보도했다.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해외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핵 에너지의 적극 활용을 주장하고 있어 원전 개발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현재 전체 소비 원유의 7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103개인데 이 중 가장 최근에 지은 것이 테네시밸리공사(TVA)의 와츠바 원전이다. 96년 6월 준공됐으니 지난 10년간 원전 건설이 중단됐던 셈이다. 이는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돼 있었던 데다 환경운동가들의 반대도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고유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원전이 새삼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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