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암대회「한판의 즐거운 놀이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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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8일 개막돼 23일끝난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의 제10회 범미주대회 (팬암게임)는 남·북미주 38개국 선수임원 6천명이 참가한 한판의 잔치였다.
금메달을 노린 각국 대표선수단의 공방전이 치열했지만 그보다도 이번 대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잔치분위기였다.
특히 지난8일의 개막식은 폭죽과 F-16제트기 굉음, 대형스피커 28개를 통해 전달되는 24개의 대형드럼소리로 인디애나폴리스시 전체를 뒤흔든 요란한 행사였다.
한 미국신문은 이날 개막식을 「거대하고 시끄러운」(Huge and noisy) 행사라고 표현했다.
대회조직위가 준비한 이번 개막식은 체제 자체가 86서울아시안게임이나 지금준비중인 88서울올림픽대회개막식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서울의 경우 ▲조직위가 주체가 돼 ▲원형 스타디움에서 ▲다양한 주제의 ▲여운이긴 예술성을 모색하고 있다면 팬암대회는 ▲월트 디즈니 월드의 쇼제작담당자들이 ▲5백마일 자동차경주경기장의 5백40여m의 직선공간에서 ▲가장 미국적인 단순주제를 ▲현장 위주의 여흥성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이 비교가 된다.
서울의 개막식이 「흥겹게 관찰하는」쪽이라면 인디애나폴리스의 경우는 「열광하고 동참하는」쪽에 가깝다.
서울의 경우 예술성이 상당히 강조됨에 따라 참가자 전원들의 정확한 연기가 필요했지만 인디애나폴리스의 경우 전체적인 조화를 위주로한 부분적인 세기 (세기)보다 유기적인 협력이 더 강조된것도 특징이었다.
한 미국신문기자는 또 팬암대회 개막식을 빛깔의 조화를 강조한 반(반)추상화적유화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서울의 경우는 꼼꼼히 깐 태피스트리 (실로짠미술작품)라고 말할 수 있다.
인디애나폴리스는 월트 디즈니 월드 쇼 제작팀에 5백만달러에 개막식 제작용역을 맡겼다.
이에 따라 제작팀은 가장 미국적이고 또 세계에 잘 알려진 디즈니쇼를 선택하고 남녀노소에게 고루 호소력이 있는 동화적 세계에서 관중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통합해 나가는데 성공했다.
팬암대회의 개막식이 여흥위주라는 점에서 찬·반의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모든 관중을 하나로 묶는「대중성」의 효과가 있었다. 이것은 서울의 경우「일부 계층 위주의 프로그램」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재검토의 기회를 서울올림픽대회조직위에 제공한 셈이기도 하다.
서울의 경우 이같은 행사를 국가전체, 국민전체의 중대사로 보는 것과 달리 미국인들은 그저 즐거운 한판의 놀이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상공에 제트기가 날고 폭죽소리가 터지자 45인 오케스트라의 흥겨운 음악에 보낸 것보다 더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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