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 7일만에 사라진 영화, 관객의 볼 권리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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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개봉한 홍콩영화 <퍼햅스 러브>를 단 일주일 가량 지난 현재에는 영화관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영화 <퍼햅스 러브>는 진가신 감독이 제작한 뮤지컬 형식의 영화로 배우 지진희씨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홍콩에서 큰 흥행성적을 올렸던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1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8위를 기록하며 흥행에 주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GV나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화를 아무 예고도 없이 상영 취소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반발이 일고 있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12일 집 근처 가까운 영화관을 찾았던 하모씨(여, 21세)는 매표소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1월 5일 당시에 영화관을 찾았을 때는 분명 이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고작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영화를 볼 수 없게 되었으니 기가 막히죠."

게다가 하모씨는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다른 극장을 찾으려 했지만 서울 시내 주요 영화관에서도 영화를 전혀 상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밖에 영화 <퍼햅스 러브>의 인터넷 공식홈페이지(http://www.perhapslove.co.kr)에도 영화사 측의 답변을 요구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와 있다. ID 오** 님은 "꼭 보고 싶었던 영화를 일이 바빠서 개봉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보려고 하는데 상영중인 곳이 없다"며 영화사 측의 답변을 요구했고, ID 강** 님은 "극장이 6곳이나 되는 수원에서도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어 속상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화 공식홈페이지에는 영화 상영에 대한 어떤 공지도 올라와 있지 않으며, 극장 또한 개봉 후 일주일간 관객수가 극히 적어 상영시간표에서 빼게 되었다는 말만을 반복하였고 이 사실을 관객들에게 사전 통보하지 않았음을 시인하였다. 결국 영화를 보려고 했던 관객들만이 피해자가 된 셈이다.

과거 <고양이를 부탁해> 등의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작품의 질과 관객-비록 이들이 소수라 할지라도-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흥행 성적으로만 영화를 평가하는 세태가 이번 <퍼햅스 러브>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국내 영화산업이 상업적 규모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감안할 때, 문화의 다양성과 관객의 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영화 최소상영일수 보장 등의 조치가 필요한 때이다. [송진경/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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